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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서기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연수파견

교육은 권리이자 의무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다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교육의 의무도 다 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회화가 이루어질 수 있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으며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그러면, 국민의 의무 중 가장 중요한 의무가 무엇일까? 대부분 납세의무와 병역의무부터 떠오를 것이다. 대한의 선구자들이 교육을 국민의 가장 큰 의무로 지목하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다. 1919년 처음 공포한 임시 헌장 6조에 '대한민국 인민은 교육, 납세 및 병역의무가 있다'고 명시한 내용이다. 세계사 흐름에 뒤져 망국의 설움을 겪을 때 교육에 대한 절실함은 그처럼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2022년 현재, 가계와 기업 정부는 교육의 의무를 다하고 있을까? 특히 기업은 어떠한가? 국민들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들도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겠다고 하면서 '환경-사회-투명 경영(ESG)'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교육'이라는 알맹이는 쏙 빠졌다. 패기만만한 당찬 청년들을 뽑아 국가 인재로 길러내던 대기업들의 공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당장 실적에 기여할 경력직원을 뽑아 쓰는 데만 급급하다. 하반기 기업 채용 시즌이 왔지만 취업시장은 싸늘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움츠러들고 고용절벽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학교를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의 설 자리는 더 좁디좁다. SK, 현대차, LG 등이 2019년부터 신입사원 공채를 폐지하면서 심화되는 일이기도 하다.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니 유연하게 수시로 인재를 뽑아 쓰겠다는 기업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채용방식은 결코 지속가능 발전하지 않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무너지고 있는 판이니 인적자원 개발이나 신입사원 교육에 오랫동안 큰 비용을 쏟아 부으라고 종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공직 사회까지 경력직 수시채용을 늘리고 있으니 좁아지는 공채 관문 뚫기가 갈수록 하늘의 별 따기다. 어떤 경력을 갖추고 어떻게 채용 정보를 챙겨야 하는지 몰라 사회초년생들은 허둥댄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아빠·엄마 찬스 없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발 절차가 진행될까 하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워낙 불공정이 심화된 사회다 보니, 오죽하면 정부도 '공정채용법'을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나는 삼성이라는 기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은 대한민국을 넘어 선 글로벌 기업이다.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보다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삼성이 다양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지만 나는 가일층 사회적 책임을 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삼성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인지했는지 몰라도 이달 6일부터 꿋꿋하게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다. 환영한다. 삼성은 국내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올해 하반기 공채 공고를 했다. 1957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공채를 도입한 삼성은 앞으로도 꿋꿋하게 공채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한다. 최근 3년간 공채로 4만 명을 뽑은 데 이어 앞으로 5년간 8만 명을 공개채용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고 이병철 창업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겠다고 한다. 기업 삼성의 공채는 우리 사회의 학연·지연에 따른 연고주의 부작용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삼성의 인사혁신은 1993년 국내 최초 대졸 여성 공채, 1995년 학력 제한 없는 '열린 채용' 도입으로 이어져 왔다. 인사와 교육의 차별화는 곧 기업 경쟁력 차이로 나타났다. 삼성 최초 여성임원인 양향자 의원도 그런 삼성의 인사제도 환경에서 배출된 대표적 인재다.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공채로 삼성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유리천장을 뚫고 임원에 올랐다. 지금은 국회의원으로서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으로 이끌기 위한 틀을 짜고 있다. 이런 걸출한 인물에 대한 혁신적인 인사제도가 삼성을 더욱 빛나게 한다.

공채는 사회적 계층이동을 가능하게 하고 절차적 공정성도 확보된다. 누구나 공개된 일정에 따라 기회를 갖는다. 공채시험은 인사청탁을 막는 훌륭한 방패막이 역할도 한다. 계층 간 사다리가 무너지고 불공정한 경쟁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이때 삼성의 공채가 더 주목받는 까닭이다. 중요한 건 이 소중한 계급 이동의 사다리를 망가뜨리지 않는 일이다. 순혈주의와 배타주의도 공채 방식에서 기업들이 경계해야 할 일이다. ESG 경영을 외치면서 공채를 폐지하거나 외면하는 기업들에도 묻고 싶다. 인재를 길러내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기업이 대체 무슨 ESG 경영을 한단 말인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그러기에 기업이 인적자원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방향은 교육이어야 한다. 기업도 교육의 주체가 되어 교육을 선도해야 한다. 기업이 교육의 의무를 다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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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