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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서기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연수파견

친구는 동무, 벗, 깐부라고 한다. 인간은 유유상종하는 존재다.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비슷해지는 게 아니다. 비슷하기에 친구가 되는 것이다. 유전적 증거도 있다. 친구와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은 같은 동네에 사는 누군가에 비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친구에게도 등급이 있다. 영국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교수인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아무리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진정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인원은 150명이라고 한다. 그의 책 '프렌즈'에 따르면 인간은 사교 시간의 40%를 5명에게 집중해 쓴다. 이들 5명은 던바가 꼽은 우정의 일곱 기둥, 즉 세계관·자란 곳·학교 또는 직장·취미와 관심사·유머 감각·음악 취향·사투리 중에서 6개나 같다. 우리가 죽으면 이들 5명을 포함해 12~15명만이 슬퍼할 거라고 한다. 우리는 이들 15명에게 사교 시간의 60%를 쓴다. 내 편이 될 소수에게 '시간'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인간이 유유상종 전략을 택한 건 부족 간에 약탈·복수가 횡행했던 선사시대를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은 내 편이 돼 함께 싸워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 친구를 더 신뢰하게 된다. 친구의 잘못은 보지 않게 된다. 친구의 능력은 더 높이 평가한다. 그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사회는 친구를 사귐에 있어 장애가 되는 두 가지 큰 벽을 만들었다. 성별과 나이다.

남자사람 친구(남사친) 또는 남자인 친구, 여자사람 친구(여사친) 또는 여자인 친구라 불리는 '연애 없는 친구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는 찬반이 심하게 갈린다. 이성간에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이성간에 연애감정이 없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이성간에 연애감정 없는 친구관계로 유지되기 쉽지 않다.

다음은 나이문제다. 현대 우리사회는 상하관계가 분명한 군대문화와 유교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나이 차이가 나면 친구가 되기 어렵다는 사고에 갇혀있다. 심한 경우 내가 저 후배보다 1년을 먼저 임관했는데 후배가 나보다 먼저 진급 할 경우 엄연히 상하관계가 되므로 서로 매우 껄끄러워진다. 군대의 문화가 사회에 고착되면서 1년 차이만 가지고도 서열을 세우려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이런 잘못된 문화 때문에 대한민국에서의 친구는 나와 동갑 또는 동급생인 친한 사람으로 한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빠른년생과 관련한 문제도 같다. 입학을 동년배보다 일찍 했을 뿐 나이는 변함 없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의 나이를 취사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다. 즉 친구는 동갑이니 친구의 친구는 동갑내기라는 사고방식에 매몰되어 있는 경우 족보 꼬임이라는 개념까지 등장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친구 관계는 일대일의 관계인데도 말이다.

옛말에 5살 차이까지는 친구라는 말이 있다. 절친의 대명사인 오성과 한음도 나이 차가 5살 난다. 동일 유교문화권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대 우리나라와 달리 나이에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유교사회가 장유유서라는 말 때문에 나이 차에 의해 지켜진다고 오해를 하는데, 유교란 사회 질서를 위한 예의를 중요시하는 것이지 어른들의 말에 무조건 따르라는 사상이 아니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귄다는 망년지교(忘年之交)란 고사성어가 존재하는 것만 봐도 친구는 나이와 관계없다. 서로 친구 됨이 어려운 세상에서 성별과 나이의 벽까지 두지 말자.

친구란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자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이며 시간이 흐르고 모든 게 변해도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항상 변함없이 나를 믿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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