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서기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연수파견

일 잘하는 사람은 어느 조직에나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조직이 성공한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을 잘 찾아 일을 맡기고 우대하며 보상한다.

공직사회는 어떠한가? 일을 잘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일이 몰린다. 적극적으로 일을 많이 하는 공무원들이 감사에 지적되고 불이익도 받는다. '적극행정 면책제도'의 출현이 이런 현상에 대한 반증이다. 일을 아예 손에서 놓은 사람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건 대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의 몫이다. 일잘러에게 합리적 보상은커녕 더 많은 숙제를 떠안게 된다.

누군가가 나태하다는 건 주관적 평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은 누군가 마무리해야 하고, 그걸 떠맡게 되는 건 결국 주변 사람들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대놓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인공위성'이라고 부른다. 어딜 가도 인공위성처럼 떠돌기만 하고 아무런 일도 안 하는 걸 비꼰 말이다.

공직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어렵고, 대접도 충분히 받지 못한다. 경직된 조직 문화로 효율적으로 일 처리를 할 수가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선출직 인사권자가 바뀌면 '적폐 청산'과정에서 공직자들이 처벌, 징계, 인사 불이익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직은 늘 취업준비생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다. 일을 열심히 했을 때 보상이나 만족감이 쌓여야 일을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에선 일을 열심히 할수록 더 많은 일이 부여되고 다들 기피하는 어려운 일이 부과되는 분위기다. 더구나 공무원이라고 워라밸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공무원들은 주말에 출근하거나 긴 시간 야근을 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국민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만큼 금전적 보상을 많이 주는 식의 변화는 힘들지만, 일 처리에 있어 자율성이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지연, 학연 등 출신과 사적 감정을 배제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과로 나타나도록 공직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

일 잘하는 공무원이 소통과 협력도 잘한다. '개미 천마리가 모이면 맷돌도 든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협력하면 훨씬 쉽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 마리의 개미만 열심히 맷돌을 들고 나머지는 적당히 애쓰는 일이 많아서 집단 활동이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이런 생각으로 대충 일하는 시늉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몫을 감당하지 않아 남은 사람이 모든 일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예를 들어 팀 프로젝트로 조별 과제를 하는 데 구성원들이 노력하지 않아 한 사람이 일을 도맡아 하거나, 캠핑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치우는 사람만 극소수만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 사람이 평균 10㎏의 힘을 준다면, 두 사람이라면 20㎏, 열 사람이라면 100㎏의 힘이 가해져야 맞다. 하지만 실제로 두 사람이 당길 때는 각자가 낼 수 있는 힘의 93%를, 셋이 당길 때는 83%를, 심지어 여덟 명이 당길 때는 49%밖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태만은 특별히 인격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다. 악의를 가져서 돕지 않는 것이 아니란 거다. 어느 특정한 사람, 혹은 나쁜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다.

사회적 태만이 일어나는 이유를 책임감 분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조직에 있어서 독이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면 갈등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결과에 개인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관이나 기업에서 팀에게 과제를 부여했을 때 누군가는 정말 열심히 하고, 누군가는 무임승차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때 상황을 이끌어가는 평가자, 그러니까 리더는 개개인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명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해 주어야 한다.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영광을 함께 나눌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별로 역할을 명확히 부여하고,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가장 좋은 것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은 언제나 잘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들이 알아서 잘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효과의 법칙인 칭찬하는 것이다. 우리 공직사회는 칭찬에 인색하다. 아이도 아니고 다 큰 어른한테 일일이 잘했다고 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고마운 일을 고맙다고 말해주고, 누군가의 노력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 우리 공직사회는 좀 더 이타적이고 풍요로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책임을 집중시키는 명쾌한 말로, 또 잘된 행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칭찬으로 더 잘하도록 힘을 북돋워 주는 방법이 최고다.'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고, 언제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하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며 잘해 보자'는 공직 대선배님의 말씀이 전가의 보도처럼 귓가에 쟁쟁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