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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진천교육지원청 행정과장

봄이다. 매화가 먼저 피었고, 산수유의 노란 바다는 봄바람에 물결지어 이리저리 춤춘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수목들은 옅은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벚꽃도 피었고, 이제 앵두꽃, 살구꽃, 복숭아꽃, 배꽃도 앞 다투어 교정에 피고 질것이다. 이맘때 교정은 우리아이들을 목소리로 가득 찼었다. 2020년 봄날의 학교는 덩그러니 적막한 침묵의 공간이 돼버렸다. 그렇게 찬란한 슬픈 봄날은 가고 있다. 라디오에서 '봄날은 간다'노래가 들린다.

노래 '봄날은 간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사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 대표시인 100인이 선정한 아름다운 가사 1위와 아름다운 가요가사 설문조사에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봄날은 간다.'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비참했던 한국전쟁 시절인 1953년에 손로원이 짓고 백설희가 노래한 대중가요다. 너무 환해서 더욱 슬픈 봄날의 역설이 전쟁에 시달린 우리 한국인들의 한 맺힌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싸우고 있는 2020년 대한민국의 봄날도 한국전쟁 시기만큼 모두가 어렵다. 봄날이 가듯, 코로나도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꽃이 피면 같이 웃고 / 꽃이 지면 같이 울던 /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이 아름다운 가사는 클래식처럼 시공을 초월한다. 어머니가 즐거울 때나 시름이 많을 때나 즐겨 부르시던 '봄날은 간다'노래를 듣기만 해도 나는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핑돈다.

누구나 인생의 노래 한곡쯤은 있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18번 노래처럼 말이다. 그러나 막상 당신 인생의 노래 한곡을 꼽으라면 어렵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 배우나 음식 등을 묻는 질문에도 역시 고민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결정장애'가 있다. 내가 30대에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배우 이영애와 유지태 주연의 '봄날은 간다'였다. 요즘도 가끔 연휴시기에 TV에서 방영하는 영화다. 2001년에 개봉되었던 이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끌었다. 영화에서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지방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 프로듀서 은수(이영애)는 업무 차 만나게 된다. 상우와 은수 두 사람은 소리를 채집하기 위하여 강원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되면서 사랑을 싹 틔워 간다. 영화에서 은은하고 청아한 풍경소리, 눈 내리는 소리를 담은 삼척시 근덕면의 신흥사이고, 일렁이는 바람소리를 담은 신흥사 인근 대숲, 바닷소리를 녹음한 맹방해수욕장, 강릉시의 오죽헌 등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내 나이 30대에 감성을 뒤흔들던 영화 '봄날은 간다'의 명장면은 영화메인포스트에도 나온 이영애와 유지태가 대숲에서 녹음하는 장면이다. 명대사는 은수의 도발적이고 대담한 대사 "라면 먹고 갈래"다. 당시 최고의 작업 멘트였다. 그리고 상우의 명대사는 가슴을 움켜쥐고 소주를 부어 마시면 저음으로 돌발하듯 말한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다. 사랑은 이만큼 다가왔다고 느끼는 순간 봄날은 간다. 누구에게나 사랑에 대한 생채기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사랑의 생채기가 없다고? 그것은 무미 건조한 삶이다. 가장 찬란했던 봄날을 떠나보내는 아품과 치유의 과정을 겪고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영화 '봄날은 간다'엔딩 타이틀곡인 김윤아의 노래가 오늘따라 더 아리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 꽃잎은 지네 바람에 /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 가만히 눈 감으면 잡힐 것 같은 /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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