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맛 좋은 집 - 13. 옥천군 옥천읍 '마당넓은집' [충북일보=옥천] 옥천 향수길에 위치한 마당이 넓은 한옥 집은 1960년대만 해도 옥천여중고의 교무실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남편을 도와 서예학원을 하던 성화열 대표가 이 집을 갖게 된 건 20여 년 전이다. 8남매 중 막내딸로 자라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성 대표가 서예를 시작한 것도 오빠의 권유 때문이었다. 우연히 배운 서예가 좋아 깊이 빠졌고 어쩌다 보니 서예가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서예가들의 만남은 왠지 정적일 것 같지만 이들 부부는 묘하게 자유분방했다. 신접살림을 시작할 곳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여러 곳을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느낌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대전에서 옥천으로 가는 버스를 발견했다. 오후 5시, 어스름이 깔릴 무렵 부부는 버스에 올랐고 처음 와본 향수의 고장 옥천에 반해 이곳에 서예학원을 열고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서예 불모지였던 옥천에서 부부의 생활은 순조로웠다. 오며가며 봤던 한옥집이 예뻐 마음에 담자 운명인 듯 부부의 집이 됐다. 옛것을 사랑하는 남편과 그런 것들이 싫지 않았던 아내의 취향이 맞았던 거다. 너른 마당을 가진 이 집은 부부뿐 아니라 다른 관광객들도 매료시켰다. 일반 가정집으로 사용하던 집인데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담벼락 너머로 시선을 보내던 이들은 집 구경을 해도 되겠냐며 마당에 들어서기 일쑤였다. 성 대표는 화단까지 예쁘게 가꿔 관광객들을 감탄케했다. 오래된 한옥은 손을 안타는 부분이 없었다.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문도 말썽이었다. 제대로 청소를 마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이 곳 저곳 손보려니 집값만큼 돈이 들었다. 한옥이 좋아서 들어온 마당 넓은 집은 그 한옥을 지키기 위해 식당이 됐다. 자유분방한 성 대표의 결단력은 거침이 없었다. 나물 반찬하나는 자신 있던 그녀였다. 평소 지인들에게 칭찬받던 비빔밥을 단일 메뉴로 결정하고 마당 넓은 집을 열었다. 처음 식당을 열었을 땐 식당용 가스버너를 들여놓고 불도 붙이지 못하는 '초짜'였다. 서예학원에서 인연을 맺은 여사님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몇 달간은 창문 너머로 손님이 보일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정성들여 손님을 대접하니 금세 입소문이 났다. 멋들어진 한옥에서 받아보는 놋그릇에 담긴 정갈한 차림은 충분히 특별했다. 그녀의 긴장된 웃음조차 손님들에겐 여유로운 친절함으로 느껴졌다. 인근 방앗간에서 도정한 쌀을 이용해 압력밥솥에 짓는 밥은 비빔밥에 맞게 고슬고슬하다. 처음엔 너무 차져 붙어버리던 밥을 다시마와 함께 지어 나물 및 재료들과 어우러지게 했다. 고기 메뉴가 없는 가게의 특성상 건강을 생각하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아 흰쌀밥 대신 흑미를 섞는다. 여리던 심장도 단단해졌다. 13년이 지난 지금은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들어와도 눈도 끔뻑하지 않게 됐다. 마당을 빼곡하게 채운 식물들도 눈에 띄지만 한옥을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골동품들도 특이하다. 성 대표의 남편은 평거 김선기 서예가다. 서예에도 조예가 깊지만 골동품 수집에도 일가견이 있다. 젊은 시절부터 취미로 수집한 것들이 지금은 전시관을 만들고도 남는다. 가게 뒤편에 마련된 머문시간갤러리는 남편의 수십 년 노고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희귀 레코드판은 물론 택시 미터기나 등잔대 등도 세월을 거슬러 보관돼있다. 향수의 고장에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건 정지용의 시만은 아니다. 마당 넓은 집의 안팎을 거닐고 나면 없었던 향수까지 제대로 머금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 김희란기자 khrl1004@nate.com
[충북일보] 이사장 병가로 공석인 제천한방바이오진흥재단이 새 이사장 선임 절차에 나선다. 두 달간 병가를 내고 입원 치료 중인 조정희 현 이사장의 병세가 호전되지 않으며 복귀하더라도 더 이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 최근 시에 사직 의사를 전달했다. 시는 조 이사장의 가족이 최근 이런 상황을 밝힘에 따라 사직서를 받는 대로 새 이사장 찾기에 나설 방침이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3월 2일 2년 임기의 이사장직에 취임했다. 현재 권한 대행을 맡은 장만동 제천시 도시성장추진단장은 "가족으로부터 '업무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사직서가 수리되는 대로 새 이사장을 뽑는 공모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동반 공백으로 인해 하반기 한방바이오박람회와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에 대한 재단 업무에 차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단장은 "지난달부터 6급 공무원을 파견해 업무 공백은 없다"며 "하반기 한방바이오박람회와 2025년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 행사 준비에도 차질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사장과 함께 공석인 사무국장 인선 계획에 대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속보=지난해 청주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청주지법 형사1부는 지난 10일 강도 상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0대)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앞서 원심 재판부는 범행 전후로 장갑을 착용하고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는 등 범행을 철저히 숨기려고 한 점과 피해자가 상해와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을 이유로,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범행한 점과 반성하지 않는 점,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더 중한 형의 선고가 필요하다"며 징역 8년 선고를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은 피해자를 폭행한 것은 맞지만, 강도질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은 원심의 판단과는 달리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피해자의 거주지를 방문했던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이 인터넷 도박으로 수억원의 채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강도질하려는 것이었다면 금품이 들어있는 피
[충북일보] 올 여름 배추 수급 불안정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봄배추 사전 정부수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최근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 일상화로 인해 사전 대비가 절실해지고 있다. 7월부터 9월까지 폭염과 폭우 등 이상기후에 의한 가격 급등락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다, 올해 여름배추는 재배 의향 면적이 지난해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와 공사는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평년 기준 6월 수확기에 수매하던 봄배추를 올해는 5월 생육기에 사전 수매함으로써 비축 물량을 사전 확보키로 했다. 5월 생육기 중 6천t을 사전 수매하고, 추후 수급 상황을 주시하며 추가 수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비축 규모는 생산자들에게도 미리 공유해 하절기까지 안정적인 배추 공급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문인철 수급이사는 "봄배추의 사전 수매 실시로 비축 물량의 조기 확보는 물론, 생산자들에게는 정부 비축계획의 사전 공유 효과도 얻을 수 있다"라며,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과 농업인들의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수급안정 사업을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성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