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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21 16:50:06
  • 최종수정2023.09.21 16:50:06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청주에서 지난 9월 1일부터 열세 번째 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일요일에 다녀왔습니다. '사물의 지도'라는 주제로 57개 나라 작가들이 약 3천여 점의 작품을 출품하여 45일간 황홀한 문화잔치를 펼치고 있는 것이지요.

청주는 2019년 1차로 문화도시에 지정되어 올해 4차년도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때 지정신청을 하면서 저는 매년 문체부에서 주는 20억 원의 지원금도 있지만 '문화도시'란 타이틀이 청주에 꼭 있어야 한다는 열망으로 직원들과 뛰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화는 청주가 어느 곳보다 앞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믿습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청주 역사를 살펴보면 구석기, 신석기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산재하여 있으며, 청동기시대에 와서도 중요한 유적이 있습니다. 문의면 아득이 마을에서 발견된 고대 천문세계를 연구할 수 있는 별자리가 새겨진 고인돌이 있으며, 최근에는 송절동에서 주거지와 함께 청동기를 제작한 대장간 유적도 발굴되어 따로 전시관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삼국시대는 청주지역이 삼국의 접경지역으로 요충지였습니다. 백제와 신라가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부모산성도 최근의 발굴로 그 당시 상황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로 들어와서도 서원경이란 이름의 중심지역이었으며, 이는 우리나라 공식문서로서 가장 오래된 '신라장적'(현재 이 문서는 일본에 있습니다.)이 문의면을 대상으로 작성된 사실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주가 역사적 문화중심지로서의 모습은 '청주목(牧)'으로 내려온 고려 500년, 조선 500년을 거친 1천 년의 역사속에 꽃피웠던 문화에서 화려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고려는 불교문화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로 인쇄된 직지로 알 수 있듯이 당시 불교문화 중심도시라 할 수 있습니다. 도올 김용옥이 "고려가 숱한 전란속에서도 국가교육의 근간인 불경을 청주에서 간행한 것은 당시 문화중심지였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조선은 유교국가입니다. 조선의 유교는 고려 때 안향이 주자학을 받아들여 성리학으로 발전시켜 조선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성리학은 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주리론'과 실천을 중심으로 하는 '주기론'으로 나뉘어 뜨거운 학문적 논쟁을 통하여 조선의 중심문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주리론은 퇴계 이황으로 대표되는 영남지역에서 꽃을 피웠고, 주기론은 율곡 이이로 대표되는 기호지방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바로 율곡이 지금의 청주시장이라 할 수 있는 청주목사로 내려와 유교의 실천적 강령인 '청주향약'을 제정하였습니다. 최초의 시민교육헌장이라 할 수 있는 향약은 그 후 많은 지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또 율곡을 비롯한 아홉 분의 유학자들을 모신 '신항서원'이 현재 용암동 이정골에 세워져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호국선현의 현창사업으로 주리론의 산실인 안동의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영남지역 유학진흥사업은 국가적 관심속에 추진되었습니다.

이에 비하여 기호지방, 즉 경기도와 충청지역은 국가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일은 몰라도 청주목사로 계셨던 율곡의 행적과 주기론을 연구하신 우리 지역 유학자들을 모신 신항서원에 대한 재조명과 진흥사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화잔치가 벌어지는 지금, 1천 년의 찬란한 불교·유교문화를 꽃피워온 청주목(牧)의 문화가 재조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청주목(牧)

목(牧)은 고려·조선 시대 지방 행정구획의 명칭으로 청주목(牧)은 지금의 청주시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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