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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13 14:53:11
  • 최종수정2025.03.13 14:53:11

정익현

건축사

광장(廣場)은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장소다. 광장은 단절, 갈등과는 거리가 멀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고 공론(公論)의 장(場)이 만들어지는 무대다. 광장은 열려 있어야 하고 안전해야 한다. 그런 광장이 요즘 단절되고 위험해졌다.

어린 시절 골목길, 골목길과 연결된 마당은 놀이터요 만남의 장소였다. 도시화되면서 마당은 사라졌고 골목길은 잘려 나갔다. 광장이 사라진 것이다. 동시에 단절과 갈등이 고개를 들었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기보다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힘을 과시하는 장소가 됐다. '우리'와 '그들'이 생겼다. 다른 사람을 증오하고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광장의 함성은 온기(溫氣)가 없고 살벌하기까지 하다.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겨를도 없이 함성은 사실이 되어 광장을 지배한다. 사회적 담론(談論)은 사라지고, 함성만 증폭되어 여론(輿論)이 된다. 왜곡된 정보가 전파되고 학습되는 경로를 차단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사람들과 소셜 미디어를 경계해야 한다. 건강해야 할 광장이 신음한다. 열린 광장에서 닫힌 사회의 모습을 본다.

2천 5백 년 전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간 동맹과 분열이 반복되던 혼돈의 시대, 공자는 《논어》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했다. 군자는 어울리되 패거리 짓지 않고, 소인은 패거리를 짓되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화이부동'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를 이루는 반면, '동이불화'는 표면상으로는 같은 것처럼 보이나 화합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화(和)는 다름을 인정하지만 동(同)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지리·역사·인종 조건이 아닌 '제도(制度)'라고 말한다. 즉 정치·경제제도가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며 그 대표적인 예로 남한과 북한을 들었다. 또 '국가의 성공 여부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는 결코 자동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했다.

이들의 또 다른 저서 《좁은 회랑》은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공간이 '좁은 회랑(Narrow corridor)'이라 했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힘의 균형'을 이루는 법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개인이 자유롭기 위해서 국가와 사회가 균형을 이뤄야 하고 이 균형이 이루어졌을 때 국가가 경제 번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왜 어떤 나라는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퇴보하는가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제시하고 있다.

위에 열거한 두 권의 책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우선 우리 사회에 드리운 어두운 그늘, 분열과 증오의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을 대하는 내 자세가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가 비록 서로 같을 수는 없더라도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의 길로 간다면, 이 혼돈의 난국(難局)이 전환점이 돼 국가 발전의 새로운 기틀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조화를 이루되 휩쓸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동경(憧憬) 한다.

피땀 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번영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잠을 뒤척인다. 혼돈의 대한민국, 폭력과 혐오의 악순환을 끊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 갈 수 있을까에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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