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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벚꽃, 진달래가 피며 봄은 시작된다. 그러나 이젠 피는 순서도 없다. 우리 사회가 그렇듯이 자연도 질서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로 개편되는 중이다. 벚꽃 만개한 지난달 보성 '열화정(悅話亭)'과 강진 '백운동 원림(白雲洞 園林)'을 다녀왔다. 숙소는 예약을 안 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일정이 자유롭다.

열화정은 1845년 이진만이 후진 양성을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광주 이씨 집성촌 강골마을의 공동소유로 항상 대문이 열려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마을 안쪽 오솔길이 끝나는 곳, 돌계단을 한발 한발 오를 때마다 떠오르는 해처럼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은 없는데 고양이 한 마리 툇마루에 무심히 앉아 있다. 대문 안에는 건물 하나와 작은 연못이 전부였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는 작은 연못가에 어지러이 널 부러진 동백꽃이 처연한데 대문과 작은 석물, 물가의 나무가 연못에 비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문 옆 연못 쪽 담장은 있는 듯하다가 이내 멈춰 건너편 대나무 숲을 연못으로 끌어들인다. 연못가 돌에 앉아 열화정과 연못에 비친 반영(反影)을 번갈아 바라보는 일은 말할 수 없는 기쁨(悅)이었다.

강진 월출산 아래 한옥에 숙소를 정했다. 해 질 무렵 겨우 도착하여 마을 길을 걸었다. 어디선가 맑은 향이 코에 스민다. 길옆 백매(白梅)였다. 머릿속이 맑아진다. 송나라 임포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의 한 구절 '황혼 녘 달빛 아래 은은한 향기 떠돈다(暗香浮動月黃昏)'는 바로 그 대목이 지금의 정경이다. 다만 달이 없음이 애석하다. 월출산 바위 능선은 날카로운 창끝이기도 하고, 불꽃같기도 하여 이국적인 풍광을 자아낸다. 숙소의 침구는 깨끗하고, 거친 듯 뽀송한 느낌이 좋았다.

백운동 원림은 한옥 숙소에서 지척이다. 백운동 원림은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더불어 호남의 3대 원림으로 불린다. 조선 중기 이담로(1627~1701)가 만들고 가꿨다. 그 후 원림은 서서히 퇴락(頹落) 하여 황폐된 것을 2001년 발견된 '백운첩(白雲帖)' 그림을 근거로 다시 복원하였으니 '기록 유산'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한다. 1812년 다산 정약용은 제자들과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에서 하룻밤을 유숙했다. 그 후 이곳의 풍광을 못 잊어 12 수의 시를 쓰고, 초의 선사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여 만든 20쪽 시첩(詩帖)이 백운첩이다.

강진다원 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입구에 최초로 원림을 만든 이담로 부부의 묘가 있다. 고마움의 표시로 두 손 모아 참배를 했다. 이곳은 원림의 뒤쪽이었다. 미셀 투르니에는 그의 저서 '뒷모습'에서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뒤쪽이 진실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등을 보이고 있는 원림은 소박하고 담백해서 숨길 것이 없었다.

안채 '자이당(自怡堂)'이 제일 높은 자리에 있고 내려가며 화계(花階)가 층층이 조성됐는데 매화는 지고 있었다. 다 내려오면 제5경 유상곡수(流觴曲水)가 맞이한다. 쪽문을 나가 낮은 언덕에 자리한 제11경 정선대(停仙臺)에 오른다. 현판 글씨도 멋들어지려니와 신선이 머물렀다는 정선대 마루에 앉아 올려다보면 꽃나무 사이로 제1경 옥판봉(玉版峯)이오, 내려다보면 자연 속에 인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원림이 마치 무릉도원 같았다. 산자수명(山紫水明)의 고장 강진이 품은 백운동 원림에서 꿈결 같은 시간이 흐른다.

백운동 원림은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한국 차 문화의 산실로 다산과 초의 선사가 등장하는 이른바 '스토리텔링'이 있는 원림이라서 흥미를 더한다. 그러나 뒤편 숲에 전시실을 짓고 있어 걱정이다. 전시실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되도록이면 주위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오롯이 지금의 원림이 후대에까지 보존되었으면 한다. 자연을 거리낌 없이 훼손하는 인간의 탐욕 앞에서 우리의 원림이 온전할지…

자연과 내가 1대1로 마주하여 전율하는 바로 이 순간을 사랑한다. 나는 백운동주가 되고, 대숲 바람이 되고, 옥판봉 구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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