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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12 16:51:35
  • 최종수정2023.10.12 16:51:35

정익현

건축사

엊그제 제577돌 한글날이 지나갔다. 대다수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휴일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이날이 단순한 휴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글이 쓰기 쉽고 깨우치기 쉽다 하여 만만히 볼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읽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또 '문해력은 읽는 것을 다른 것과 연계시키는 능력,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능력, 정보들을 연계해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어느 교육학자는 말한다.

작년에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표현을 가지고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이는 한자어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어휘력 문제였다. 여기에서 '심심'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구분하려면 한자 실력이 필수이다. 헷갈리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보면 좋겠지만 그것을 귀찮아하고 쉽게, 빨리 접하는 디지털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어린 시절부터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한자 병기(漢子 竝記)를 경험해온 나로서는 어휘력에 문제를 느껴본 적은 없다. 고등학교 시절은 '한문' 과목이 따로 있어 한자로 된 문장을 배웠다. 이때 이백·두보의 당시(唐詩)를 배웠다. 국어선생님은 신문 사설 읽기를 권장하여 친구와 경쟁적으로 옥편(한자 사전)을 찾아가며 어려운 한자를 익혔다. 사전의 책장을 넘기며 손가락 끝에 전달되는 얇은 종잇장의 감촉을 지금도 나는 잊을 수 없다. 또한 정철의 가사(歌辭) 사미인곡(思美人曲), 관동별곡(關東別曲), 의유당 김씨의 동명일기(東溟日記) 등은 우리글의 맛을 제대로 살린 명문으로 외울 정도였다. 특히 동명일기는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해 뜨는 광경을 묘사했는데 가히 한글문학의 백미(白眉)라 할만하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이 문해력 향상도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잔디를 밟지 말라고 울타리를 칠 것이 아니라 다니는 길을 내 주면 된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이것을 해소시키면 된다. 미국은 이미 문해력 교과서를 만들어 모든 과목 교사가 일반 어휘 지도, 독해 지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5년 교육과정 개편을 앞두고 문해력을 길러주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과서를 준비 중이라 한다. 필요한 어휘를 먼저 학습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교과 지식을 습득하도록 구성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문해력 증진에는 어휘력과 독서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한자어에서 온 단어가 많다. 국립국어원의 2002년 '현대 국어 사용 빈도 조사'에 의하면 고유어 53%, 한자어 45%, 외래어 2%로 나타났다. 거리에 영어 간판이 생겨나고, 아파트 이름에 뚱딴지같은 외래어가 범람하는 요즘 '한글 전용'이라는 깃발은 얼마나 공허한가! 한글이 과학적이고 우수한 것은 분명하지만 문해력 향상에 어휘력은 필수이고, 어렴풋이 뜻을 알기보다 명료하게 뜻을 알려면 한자를 알아야 한다.

또한 어린 시절 독서에 대한 경험은 평생을 간다. 그렇기에 어려서부터 독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할 것은 부담을 주지 말고 '재미'를 유도하면 된다.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는 그런 책 읽기의 맛을 어린 세대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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