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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09 16:48:56
  • 최종수정2023.02.12 17:47:24

정익현

건축사

지난달 21일 프로야구 추신수 선수는 미국 한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 해명하고, 최근 야구 국가대표 선발에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2010년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 국가대표를 하지 못한 것을 해명하고, 특정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제외와 세대교체가 안 된 점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발언은 호응은 커녕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발언 의도가 아무리 선할지라도 그간 추신수의 국가대표 '먹튀' 논란과 음주 운전에 대한 곱지 않은 감정을 억제해온 야구팬들에겐 감정 분출의 기회가 됐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행한 소신 발언이나 아름다운 기부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심기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 학교폭력, 음주운전, 병역기피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간과한 위험한 발언이었다.

20년 넘게 입국이 불허되고 있는 스티브 유(유승준)는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 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안현수)은 국가대표로서 받은 국민의 성원과 사랑을 저버렸다는 데서 국민은 분노한다. 추신수의 발언에 대한 국민의 비판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실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국가대표이다. '태극 마크'가 갖는 헌신과 책임을 가벼이 본 것이다.

최근 미국의 PR 컨설팅 기업 '에델만'이 실시한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 미터 조사'에서 정치 · 경제 양극화가 심한 '위험국' 9개국 중 한국이 두 번째 위험한 국가로 선정되었다. 여기에 속한 나라는 '브라질, 멕시코, 프랑스, 영국, 일본,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였다. 이보다 더 '심각하게 양극화된 국가'는 미국을 포함한 6개국이었다. 대체로 경제 수준이 높은 나라가 양극화 위험국이었다. 에델만은 양극화의 주범으로 '불신'을 꼽았다. 조사는 양극화의 정량화를 위해 '경제적 불안, 제도적 불균형, 계급 간 구분, 진리를 위한 싸움' 4가지 지표를 사용했다 한다.

우리 사회는 광우병 사태, 세월호 침몰, 천안함 사건, 이태원 참사를 겪으면서 갈등과 증오를 키웠다. 양극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갈등 현상은 위험 수위를 넘어 '분노'와 '증오'가 만연(蔓延)하고 있다. '스테판 에셀'의 저서 '분노하라'는 분노의 선(善)한 영향력을 설파한다.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를 결코 단념하지 않는 사람이라야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지킬 수 있으며,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 또한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라고도 했다.

심리학에서는 '분노는 시작할 수 있는 힘이다' 했으니 건전한 분노야말로 사회를 바로잡는 시작이 아닐까 한다. 사회 변혁을 위한 건전한 분노는 외로운 경우가 많다. 변혁에 저항하는 세력은 차치하고라도 무관심이나 추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인해 분노하는 사람은 '외로운 섬'이 되기 일쑤다.

분노하는 이유가 타당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때 발현되는 분노가 선한 분노이다. 분노에 감정이 개입되면 증오가 돼 이에 저항하는 또 다른 분노와 증오를 부른다. '우리'와 '그들', '나'와 '타인'이 생기는 이유이다. 각자의 잣대로 설정한 정의(正義)로 선택적 분노를 하는 것 또한 갈등을 불러와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한 보편적 정의는 사라진다.

분노와 증오를 자양분으로 하여 자라는 것이 '소셜 미디어'이다. 작은 일을 침소봉대(針小棒大) 하거나 전체적인 맥락은 끊은 채 부분적인 것만 부각시켜 사실을 왜곡하여 싸움을 부추긴다. 타인의 불행이, 타인의 실수가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감정이나 편견에 끌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이런 소셜 미디어에 휘둘릴 일이 없다.

분노가 증오로 변질되지 않게 상대방을 인정하고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어로 '똘레랑스(Tolerance)'는 자신과 다른 타인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뜻하는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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