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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5.16 15:24:30
  • 최종수정2024.05.16 17:05:56

정익현

건축사

전 AP 통신 특파원 '테리 앤더슨' 기자가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그는 1980년 AP 통신 일본 특파원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 취재해 국가폭력의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2020년 공개된 그의 기사 원고에 따르면, '광주 시민들 시위는 처음엔 평화롭게 시작됐지만 공수부대가 5월 18일~19일 시위자들을 무자비하게 소총과 총검으로 진압하면서 격렬한 저항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 '계엄군 최후 진압 전날인 5월 26일 광주에서 몇몇 가게들은 정상 운영을 하는 등 비교적 평온한 모습이었다'는 그의 기사들은 '광주 폭동'이라는 당시 정부 발표와는 정면으로 배치(背馳) 된다.

'지오바나 델오토'의 저서 [AP, 역사의 목격자들]에서 앤더슨 기자는 '계엄군이 폭도 3명이 죽었다고 말했지만, 자신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광주 시내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시신을 모조리 셌고 첫날 한 장소에서만 179구를 발견했다'고 했다. 베트남 전쟁에도 참전했던 그였지만 광주의 참상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했다.

광주의 진실을 알린 외신기자는 더 있다. 영화 <택시 운전사>의 모티브가 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이다. 그는 1980년 5월 20일 독일 공영방송 특파원으로 호텔 전용 택시 기사 김사복 씨의 택시를 타고 광주로 잠입, 광주의 참상을 컬러 필름에 담았다. '비참한 광경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촬영을 중단할 때도 있었지만 슬픈데도 촬영을 하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냉정한 '관찰자'로서 취재를 해야 했던 힌츠페터의 고충이 느껴진다. 사진기자 '케빈 카터'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한 소녀 옆에서 독수리가 기다리는 사진을 찍어 1994년 퓰리처상을 받았지만 이 사진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수단의 비참한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휴머니즘 사이에서 그는 고민했으리라. 사진 한 장이 주는 울림은 대단하지만 때로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이것이 사진기자가 감내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힌츠페터 기자가 찍은 계엄군 강제진압 이전의 일상의 영상은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날조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 오늘날의 평가를 이끌어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 역시 광주에서의 취재활동 후유증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AP, 역사의 목격자들]은 1944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취재해 온 AP 특파원들 61명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어떻게 해외 뉴스를 취재했는지 보여 준다. 또한 이 책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온라인 뉴스는 너무 쉽게 복제되어 서로 베껴 쓰면서 맥락과 분석이 배제된 채 무수한 파편적인 정보들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퍼져나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이 책을 번역한 신우열 교수는 '언론과 기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들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나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언론의 사명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재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사실을 왜곡(歪曲) 하는 무리들이 있어 안타깝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언론의 여러 모습에 실망한다. 전쟁터에서, 때로는 전쟁터 같은 역사의 현장에서 있는 그대로 진실을 알리려고 온 세상을 누빈 '역사의 기록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테리 앤더슨 기자와 5·18 광주의 영령(英靈)들을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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