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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무심천 둔치의 은빛 억새가 곱다.

매년 가을이면 머리를 풀어헤친 억새꽃이 우리를 맞듯, 10월이면 우리는 한글날과 마주한다. 한글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글을 만든 이와 시기가 분명하고 우수한 글자인데 나는 한글날을 맞을 때마다 한글에 미안하고 세종대왕께 죄송하다.

지난달 서울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람과 어느 한정식 집에서 식사를 하였다. 식당 입구에서 예약자 이름을 말하니 식당 직원이 '37호실입니다 안으로 들어 가실게요' 한다. 순간 나는 그 말에 거부감을 느껴 직원을 흘낏 쳐다보았다. 그는 친절하게도 다시 한 번 말했다. '안으로 들어 가실게요'

몇 달 전 여권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갔었다. 카메라 앞에 앉아있는 내게 사진사는 '고개를 조금 숙이실게요' 했다. 그 때도 심히 불편했다. 문장의 종결표현의 하나인 청유형(請誘形)으로 하여 '안으로 들어 가세요' '고개를 숙이세요' 하면 된다. 말하는 사람의 의지가 담긴 '~ㄹ게요'로 말하여 어법에 전혀 맞지 않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것 말고도 명절 때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 어른께 '수고 하세요' 물품에 존대를 하여 '커피 나오셨어요'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어떻게 말하든 서로 알아들으면 된다고 방치하면 아름다운 우리말은 훼손되고 말의 질서가 어지러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모 방송국 예능프로의 제목 <문제적 남자>는 한문표기 '~적(的)' 의 남용으로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방송에서 버젓이 쓰고 있는 부끄러운 예라 하겠다. 이렇듯 한자어나 일본어의 잔재 ~化, ~下, ~性, ~感, ~視 등은 안 쓰면 좋겠지만 될 수 있는 한 적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외래어, 외국어, 한국어를 조합해서 쓰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는데 특히 행정기관의 각종 행사명이나 홍보물 등에 많다. 가끔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어 적이 당혹스럽다. 굳이 그렇게까지 써야 하는지, 마땅한 우리말은 없는지, 그렇게 써야 모양새가 나는지 의문이다.

어문규정에 어긋나는 표현 말고 세대 간 언어의 단절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작년에 광양의 백운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쓰는 언어를 편집한 「급식체 사전」이 출판되었다. '급식체'란 급식을 먹는 세대(10대)가 쓰는 언어를 말한다. '개이득, 뚝배기 깬다, 실화냐·, ~할 각, 어그로, 띵작 ..'등 요즈음 10대들끼리 사용하는 언어를 망라하였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급식체를 어느 정도 알고, 때로는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서로 소통되고 수업의 성과도 향상시킬 수 있다한다.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와 소통을 위해 어른 세대도 젊은이의 언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언어는 우리말의 파괴라기보다 한 때의 유행어 같은 것이라서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그 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내가 어릴 때 유행했던 언어는 거의 사라지고 없어 지금의 젊은이들은 모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언어가 세대 간 불통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언어의 온도'를 이해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한다.

외국인들이 그 가치를 더 알아주는 한글. 한글은 우리의 자부심이다.

우리말을 그토록 사랑했던 백석! 일제 강점기에 토속적인 언어로 담아낸 그의 시 「국수」의 한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 본다. 하마 나는 동치미국물에 말아 먹는 겨울 국수를 그린다.

아,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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