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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매년 10월, 국회는 국정감사를 한다. 국정감사는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대표 기능 중 하나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정 전반을 감찰하고 감시하는 기능이다. 이처럼 중요한 기능임에도 TV로 중계되는 국정감사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발언권도 얻지 않고 말을 하는가 하면, 발언하는 사람의 말을 끊기 일쑤다. 상대방의 말을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경청(傾聽)'이 실종되었다.

어디 경청이 국회의원에게만 국한되겠는가.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나 나라를 경영하는 통치자에게 중요한 덕목의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은 상대방의 말을 단순히 듣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편안히 말할 수 있도록 분위기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군주의 경청 사례를 살펴본다.

당(唐) 2대 황제 태종 이세민이 명군(明君)이 되기까지는 위징(魏徵)이라는 신하의 간언(諫言)을 경청하고, 부인 장손 황후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태종은 위징이 오늘은 무엇을 반대할지, 어떤 직언을 할지 항상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그러나 태종은 위징의 말을 받아들일 줄 아는 군주였다. 그런 그도 어느 날 위징의 잔소리에 화가 치밀어 장손 황후 앞에서 '위징이란 놈을 죽여버리겠다'고 폭발했다. 그러자 장손 황후는 말없이 물러나 예복을 갖춰 입고 들어와 '폐하 감축드립니다'며 큰 절을 올렸다. 이에 당 태종이 크게 화를 내니 황후는 침착하게 말했다.

"임금이 반드시 알아야 할 군왕의 도는 '군명신직(君明臣直)'이라 배웠습니다. 임금이 밝으면 신하는 직언을 한다는 말입니다. 지금 위징은 폐하의 수많은 신하 가운데 직언을 하는 직신(直臣)입니다. 그런 직신이 폐하의 조정에 있다는 것은 이미 명군(明君)이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명군이 되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그러자 태종은 크게 웃으며 '맞소! 위징이야말로 나를 명군으로 만들어줄 직신이오'라고 했다 한다.

위징이 세상을 떠나자 태종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구리거울을 만들면 의복을 바로 입을 수 있고, 옛일을 거울로 삼으면 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또한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세상 사는 이치와 이해득실을 알게 마련이다. 짐은 이 세 가지 거울로 내 잘못을 돌아보려 했는데, 이제는 위징이라는 거울 하나를 잃었으니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했다. 위징이 죽은 후 서기 645년, 생전의 위징의 말을 듣지 않고 고구려를 침공했다가 참패를 당한 후 위징이 없음을 한탄했다 한다.

당 태종과 그 신하들의 정치 문답집이 《정관정요(貞觀政要)》이다. '정관'은 태종 시기의 연호이고 '정요'는 정치의 요체를 말한다. 역대 군주들의 필독서로 당 태종의 통치 사상을 요약한 것이다. '신하의 간언을 장려하고, 먼저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하며, 자기 절제와 겸허한 자세 그리고 말을 신중히 하라'고 하여 '지도자의 마음가짐'을 역설했다.

《정관정요》 제22장 <말을 신중히 하라>에는 '말은 군자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말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일반 백성도 말 한마디가 나쁘면 사람들이 그것을 기억해 치욕과 손해를 낳게 된다. 더구나 한 나라의 군주가 만일 말을 잘못해 손실이 크면 그것이 어찌 백성과 비교할 만한 것이겠는가? 나는 항상 이것을 경계한다'고 했다. 지도자의 말은 신중해야 한다는 당 태종의 말이 우레처럼 들린다.

지도자는 단순히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바른 말을 경청하여 사람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며, 때로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경청이 사라지고 말의 무게가 가벼워진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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