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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2.10 16:55:43
  • 최종수정2022.02.10 19:07:00

정익현

건축사

지난 2월 3일 저녁 뉴스,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감동이었다. 오늘이 두 번째 맞는 '한국 수어(手語)의 날'이라면서 어렵게 배웠을 것 같은 수어로 뉴스 끝을 장식했다. 수어의 내용은 이렇다. '서로 조금씩 다른 모든 사람들이 수어로 다 같이 반짝이는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 9시 뉴스 마무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수어의 날이 있는 줄도 몰랐다. 지난 2016년 2월 3일 공포된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그 해 8월 4일부터 한국 수어가 두 번째 법정 공용어가 되었다. 매년 2월 3일은 한국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닌 공용어로 인정받은 법정 기념일이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될 때 '수화'로 할 것인지 '수어'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했다. 최종 설문조사에서 '수어'로 결정되었으나 그동안 익숙하게 불러온 '수화'를 살려 법령의 제목을 '수화언어'로 하되 내용은 '수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다 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가 '점자'라면 청각 장애인을 위한 언어는 '수어'이다. 수어는 '수화언어(手話言語)'를 줄인 말로 음성 대신 손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체적 신호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이다. 비언어 의사소통인 몸짓언어(Body Language)와 구별된다. 수어는 만국 공통어가 아니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고 방언도 있다 한다. 여러 나라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위한 국제수어도 있다. 지화(指話) 혹은 지문자(指文字)라는 것이 있는데 고유명사이거나 수어에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일반명사를 나타낼 때 쓰는 것으로 한글의 자음·모음이나 알파벳, 숫자 등을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이다.

요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지고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때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는 내용을 법률로 명시한 '한국수화언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이보다 먼저 위안부를 다룬 영화 '귀향'이 경기도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자막 영화를 8곳에서 상영한 적이 있고 서울 성동구청이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아바타 공무원이 수어와 음성으로 민원 업무를 안내하기도 한다.

보는 것, 듣는 것, 어쩌면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여 안타까운 경우도 흔히 있다.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소통이 힘든 상태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5년 전 어머니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상황이 급박하여 어쩔 수 없이 인공호흡기를 다는 바람에 어머니께서 말씀도 못하고 근 한 달을 고생하시다 돌아가셨다. 어머니께서는 연세에 비해 시력이나 청력이 어느 정도 좋아서 평상시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달아 놓으니 입을 움직일 수가 없어 듣기는 하지만 말씀을 할 수가 없었다. 고작 눈을 껌뻑이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가로젓는 것이 전부였다. 미리 수어를 배워놓았으면 이럴 때 요긴하게 썼지 않았을까! 그 당시 아쉬움이 컸었다.

수어를 소재로 한 영화도 여럿 있다. 그중에서 대만 영화 '청설(聽說)'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영어 제목은 'Hear me'이다. 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다. 손짓과 눈빛 표정으로 구현하는 그들의 사랑 대화는 이 세상 어떤 말보다 따뜻하고 아름답다. 서로를 믿어 주고 지켜주는 그들.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언니 샤오펑은 자기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동생 양양에게 말한다. '물새는 계절이 바뀌면 날아가. 난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언젠가 날 떠나서 물새처럼 자유롭게 비상하면 좋을 것 같아. 내 독립을 믿어 준다는 의미니까'

우리들이 하는 언어는 서로를 속이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을 숨기기도 하고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표정도 의사소통에 중요하여 눈으로 서로를 보며 대화를 하기에 서로에게 집중하고 진심을 담는다. 9시 뉴스 앵커의 아름다운 수어 손짓이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처럼 내 마음 속에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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