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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1.11 15:58:20
  • 최종수정2024.01.11 15:58:20

정익현

건축사

2018년 방영된 '나의 아저씨'. 방영이 끝난 후 사람들의 입소문에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된 드라마였다. 나는 배우 이선균의 인생작으로 '나의 아저씨'를 꼽는다. 이야기 구성이 탄탄했고 무엇보다 아이유의 소름 돋는 연기, 박동훈(이선균 분)이 삶의 무게를 겨우 지탱하며 꿋꿋하게 이지안(아이유 분)을 지켜 주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꼰대가 난무하는 시대, 참된 '어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드라마의 주인공 이선균 씨가 작년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작년 10월 한 매체는 '유명 배우 L씨가 마약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식 수사전 혐의 여부를 판단하는 내사 단계에서 세간에 알려진 것이다. 그 후 빠르게 실명이 거론되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어 한 사람의 삶이 발가벗겨졌다. 드라마에서 이지안과 박동훈은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는데 현실에서는 이선균 옆에 '이지안'은 없었다. '나의 아저씨'가 감동적이었다 해서 이선균 씨의 실제 삶의 궤적(軌跡)이 드라마와 같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하고 외롭게 떠났을 이선균 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마약을 했는지와 상관없는 사생활 보도에 국민의 '알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연예인은 공인(公人)인가?'에 대한 물음에 진지한 답을 생각할 때다. 우리 헌법 제21조 ①항은 모든 국민의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④항에서는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는 표현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알 권리는 일반 국민이 국가나 정부에 대해 일정한 정보를 요구하거나 그것에 대해 접근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로 보면 된다. 언론의 알 권리는 공익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연예인의 사생활이 공인인 정치인처럼 다뤄져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는 무죄 추정의 원칙과 충돌의 여지가 있기에 알 권리의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또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 했다. 사생활은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생활 보호법에 저촉된다. 이번에 노출된 고 이선균 씨의 사생활(내밀한 통화 내역)이 국민이 꼭 알아야 하는 '알 권리'에 해당하는지? 오히려 알 권리는커녕 이런 폭로가 국민을 피로하게 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연예인은 '공인'인가에 대한 논란은 어떤가. 대법원은 2022년 연예인의 활동을 '공적 관심사'에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적인 일을 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인사 등이 공인일 것이고, 연예인은 국민의 관심을 받는 유명 인사가 아닐까? 간혹 연예인 중에 스스로 공인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난센스 같다. 다만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와 관심을 받는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들보다 도의적,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이런 논란보다는 권력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되는지를 중요 관심사로 여기는 사회가 바람직하다.

이 세상을 남의 눈으로 보지 말고 오로지 나의 눈으로 봤으면 좋겠다. 기회만 있으면 자행되는 '냉소와 조롱', 이젠 그만하고 봄을 맞았으면 한다. '누군가에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이해인 수녀의 '봄 일기'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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