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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07 18:00:51
  • 최종수정2021.01.07 18:00:51

정익현

건축사

소한(小寒)을 막 지난 추위가 매섭다. 밖의 추위를 막고 햇빛만 들여와 실내에 온기를 주는 유리창이 고맙다. 우리 사회도 저 유리창과 같은 보호막이 여럿 있다. 평등, 공정, 정의 그리고 사랑 같은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에게 이달 하순 응시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이에 전국은 공정과 형평의 원칙이 훼손됐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작년 8월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될 때 정부의 의료정책에 집단 반발해서 의료계는 진료를 거부했고 이때 전국 의대생들도 동참해 의사 국가고시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3,000여 명의 의대생 중 423명만 응시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의료계는 원점에서 재검토, 철회를 요구하며 진료거부로 맞섰고 급기야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우는 파업으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정부는 시험을 1주일 미뤄가며 의대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지만 그들은 끝내 시험을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이제 구제는 없다고 못 박았었다.

'~노동조합, ~연합회, ~협회' 등은 특수한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공동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이익단체'이다. 의사협회, 변호사협회, 건축사협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익단체는 공공의 이익과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지만 회원의 권익(權益) 옹호가 우선이다. 이익단체는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법의 개정과 새로운 법의 제정을 막거나 지연시키는데 힘을 모은다. 이익단체라고 모두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단체가 아니라면 파업의 효과는 없기 때문이다.

국가가 정한 기본 원칙이 의료공백 해소라는 명분에 무너진다면 의료공백은 해결할지 몰라도 이로 인한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향후 이런 집단행동에 대해 제재할 명분이 있을까 걱정이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의사가 사람의 생명을 볼모로 진료거부를 했다는 데서 국민은 분노했고 이제 정부의 구제책에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가 법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다수의 사회구성원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개인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투쟁의 수단으로 거부한 국가고시를 다시 치르게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공공질서가 훼손되고 그들에겐 특혜가 된다. 특혜는 특권이 되고 같은 일이 반복될 빌미를 준다. 구제할 때 하더라도 당사자인 의대생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먼저이고 구제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나쁜 선례를 만들면 또 다른 나쁜 상황을 불러온다.

어려운 시기에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고마운 의료진을 생각해서라도 불법단체행동에 대한 마땅한 조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감정일 것이다. 법이 만능은 아니고 법의 부작용 또한 있다. 그렇더라도 법질서가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면허 취소 기준이 의료법 위반에 한정하도록 바뀌었는데 다른 전문분야의 면허 취소 기준과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기회에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면허취소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옳다. 아울러 대화를 통해 의료계와 이견을 좁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은 최근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능력주의에 의문을 던지며 '재능이라는 것은 내 노력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이고 내가 행운의 재능을 후하게 보상하는 사회에 산다면 그것 역시 우연이며, 내 능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없다'고 재능 있는 자의 자만을 경계하며 겸손을 주문했다. 나의 재능이 나만의 힘으로 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법을 뛰어넘는 향기로운 말, 이를테면 '양보, 포용, 화합'이라는 말을 앞세워 오늘의 난국을 풀었으면 좋겠다. 대립과 갈등, 분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 국가와 사회 모두를 위한 공공의 이익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시간이다. 새해 우리는 서로에게 유리창과 같은 보호막이 되어 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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