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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11 17:33:25
  • 최종수정2023.05.11 17:33:25

정익현

건축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해를 넘겨 15개월째이다. 별 저항 없이 점령할 줄 알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정치 갈등이 심했다. 그러나 코미디언 출신의 젊은 40대 블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했다. 모두가 우크라이나를 버리고 국외로 피신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젤린스키 대통령은 국민의 지지를 얻으며 결사 항전을 이끌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400여 년 전 임진왜란. 선조 임금은 조정을 둘로 나누는 분조(分朝)를 하여 광해군에게 군사를 모아 항전하게 하고 본인은 압록강을 건너 명나라에 의탁하려 했다.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을 생각한다. 로마제국 전성기를 이끈 제16대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는 그의 저서 《명상록》에서 훌륭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성찰과 겸손'을 꼽았다. 그는 권력 독점을 경계하여 권력을 분산시켰다. 이른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논리에 부합된다. 여기에 더해서 '책임감, 현재와 미래를 보는 통찰력, 실천력, 애민(愛民)'이 아닐까 한다. '훌륭한 지도자는 변명 뒤에 숨지 않는다' 했으니 책임감을 말한 것이고, 한비자는 '훌륭한 지도자는 타인의 재능과 지혜를 이용하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훌륭한 리더의 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어찌 세종대왕 시절에만 인재가 있었을까! 인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인재를 발탁하여 인재 스스로 모여드느냐 아니면 인재는 숨어버리고 간신배만 들끓느냐는 오로지 지도자의 몫이다. 조선의 싱크 탱크라 불리는 '집현전' 학자들과 기술자를 우대하여 관노 출신 '장영실'을 비롯한 기술자들이 넘쳐난 것이 세종조이다.

또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은 훈민정음해례 서문에서 볼 수 있는데, 중국 북송시대 범중엄이 악주로 좌천된 친구 등종량을 위로해 써준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즐거워한 후에 즐거워한다.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이순신 장군 또한 옥포 해전이 끝난 후 임금에게 올린 장계에 그의 애민사상을 볼 수 있다. '피난민을 만나 참혹하고 측은한 그들을 배에 싣고 싶었지만 숫자도 많고 전쟁 수행 중이라 돌아올 때 이끌고 갈 테니 각자 조용히 숨어 있고, 모습을 드러내 붙잡히지 않도록 하라 타일렀다'고 적혀있다.

지난 역사를 보면 간신배나 자식들의 권력 다툼에 의해 패망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춘추전국시대의 제나라 환공이다. 그는 관중의 도움으로 패자(覇者)가 되었으나 아첨을 일삼는 간신배를 가까이하여 그들의 반란과 자식들의 권력 다툼으로 밀실에 갇혀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모름지기 리더는 누가 간신인지 구별하여 인재 등용을 해야 하는데, 간신을 이용하여 조직 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경우에 따라서 희생양으로 쓰기도 했다. 지도자가 모든 분야에 유능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능한 부분의 문제점을 유능한 부분으로 보완하지 못할 때 실패한 지도자가 된다. 오히려 본인의 능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인재의 적재적소 등용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다.

대통령제의 절대 권력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는 무소불위(無所不爲)를 행하는 위험요소가 있다. 맹자는 '사람은 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유소불위(有所不爲)의 중요성을 말했다. 무위(無爲).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겸손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불편한 일본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절실하다. 더구나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지도력은 국제 사회에서 전통 우방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미국은 그들의 남아도는 힘의 일부를 사정이 어려운 나라를 위해 써야 한다.

'모든 국가는 그 나라 수준에 걸맞은 지도자를 갖는다'라는 말이 죽비(竹篦)처럼 등을 후려친다. 국민을 버리고 도망가지 않은 젤린스키 대통령의 용기와 지도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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