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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무쇠팔' 최동원 선수가 54세의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 생전에 그의 등번호 11을 기려 지난 11월 11일 다큐멘터리 영화 '1984 최동원'이 개봉되었다.

그는 1970~1980년대 한국 야구를 풍미(風靡) 한 야구선수다. 젊음을 온전히 야구에 바친, 어쩌면 야구가 본인 그 자체인 최동원. 그의 빛나는 순간을 같이한 그의 동료 선·후배들의 생생한 증언과 그의 아버지가 생전에 녹화해둔 17개의 방송 장면 녹화 테이프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한다. 이 영화는 최동원의 생애를 다룬 것이 아니다. 1984년 가을, 롯데와 삼성의 한국시리즈에 초점이 맞춰 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조은성씨는 1984년 가을이 최동원의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라 생각해서 그 시기만 집중 조명했다고 말한다.

1984년 가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한국시리즈 7전 4선승제에서 최동원은 롯데 소속 투수로 10일간 5번 등판하여 혼자서 4승을 따내 롯데가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무리 '배구는 세터 놀음,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하지만 그의 활약은 엄청났고 이에 비례하여 그는 혹사당한다.

최동원은 고교 시절부터 명성을 날려 '무쇠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학시절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가 많은 공을 세우며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이미 고교 시절, 대학시절에 혹사를 당하고 있었다. 이것은 프로야구에 와서도 이어졌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은 분명 불멸의 대기록이다. 그러나 다시는 나와서 안 되는 기록이라고 야구인들은 입을 모은다. 그가 이룩한 대기록이 결국은 그 시대 선수의 잔혹사였다.

후일 최동원은 1984년을 회상하며 '그 시대에는 또 그 시대의 논리가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 시대의 선수였고요. 이제는 흘러간 과거고 원망도 후회도 없습니다'라고 했다. 마치 세상을 달관한 것 같은 그의 말은 대 선수로서의 풍모와 기개가 엿보여 그가 없는 지금 생각하니 가슴 짠하다.

1988년 그는 프로야구 선수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 '선수 협의회' 결성을 앞장서서 추진했으나 7개 구단의 반대로 무산되고 만다. 이 일로 그는 구단에 미운 털이 박혀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는 수모를 겪는다. 그리고 야구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는다. 고액 연봉자로서 아쉬울 것 없었던 그가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한 것은 어쩌면 그의 등번호에서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중학교 때까지 에이스의 상징인 1번을 등번호로 했다. 고등학교 때 11번으로 바꿨는데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서 하는 것이라서 바꿨다는 것이다.

야구선수로서의 업적으로만 최동원을 다 말할 수는 없다. 그동안 운동 잘하는 스타 선수는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고 그를 못 잊는 것은 선수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한 굳건한 의지, 그리고 동료애였다. 그가 단지 야구선수가 아닌 이 시대 깨어있는 사람인 것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동료 김용철 선수는 증언한다. "최동원 선수 정도 되면 그것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는데 '우리는 괜찮은데 우리를 받쳐줄, 우리하고 같이 할 선수들이 너무 열악하다'고 최동원은 말했다"한다. 오늘날 프로야구 선수협의회는 최동원이 뿌려 놓은 씨앗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최동원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본분을 망각한 선수와 지도자로 인해 어지러운 체육계를 보며 최동원 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를 알겠다. 최동원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별은 하늘에만 떠 있다고 별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빛을 밝혀 주고 꿈이 되어야 진짜 별이다' 부산 사람들은 말한다. '부산에서 최동원은 야구 이상의 존재이다' 실제로 최동원은 부산 10대 상징으로 매년 뽑힌다고 한다. 그렇다, 최동원은 야구선수뿐 아니라 우리들 가슴에 별이 되었다. 역동적인 투구 폼에서 나오는 불같은 강속구는 자신감의 발로이자 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열망의 표출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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