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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모두 다 받는데 나만 못 받는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나의 6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는 1년에 한두 번 우유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주었다. 대략 한 학급 60여 명 중 10명 정도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어떤 기준으로 10명을 선정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받아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어떤 친구는 우유가루를 밥솥에 쪄서 학교에 가져 왔는데 우리는 서로 얻어먹으려고 아우성이었다. 그 때는 그것을 받아가는 친구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헤아리지도 못한 채 나도 받아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요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정부가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자 대상자 선정기준과 지급시기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그동안 건강보험료 산정기준에 불만이었던 지역가입자들은 이 참에 지역건강보험료 산정기준을 손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는 인터넷 뉴스를 본 후 꼭 댓글을 본다. 댓글 중에는 험악하거나 이념에 치우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댓글은 일반 국민의 생각의 편린(片鱗)을 읽을 수 있어서 나름 의미가 있다. 최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댓글을 보면 몇 가지로 요약된다. '난 괜찮아요. 더 어려운 곳에 주세요', '저는 받을 거 같지만 금액이 줄어도 되니까 다 같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다 지급해라. 지역의료보험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 '어느 세월에 기준 정하고 대상자 선정하고 신청 및 지급절차 마련하나· 다 죽고 난 후 사후 약방문이지', '100만원 안 받아도 되니 상위 30% 안에 들어 봤으면 ../ 나도 나도 ../ 나도요'

이렇듯 민심은 들끓고 있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정책은 없다. 그러나 이번의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비심리를 일으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한편, 빈부와 상관없이 위축되고 상처받은 모든 국민을 위로하는데 있지 않나 싶다.

학철부어(涸轍鮒魚)라는 말이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괴어 있는 물에 붕어'라는 뜻으로 「장자」 외물편에 나온다.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붕어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붕어는 당장 죽을 지경이니 물 한 되만 구해다 부어 달라고 애걸했으나 지나가던 사람은 오는 길에 서강의 강물을 끌어다 줄 테니 좀 기다리라 했다. 그러자 붕어는 성을 내면서 나는 지금 목을 축일 한 되의 물이면 되는데 나중에 많은 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선생 말대로 했다간 차라리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것이 나을 겁니다.'라는 내용이다.

이 고사는 찢어진 우산이라도 비 올 때 내 곁에 있는 우산이 소중하고, 먼 데 있는 물로는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한다는 이치를 말해 주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올바른 대상자 선정과 빠른 지원이 중요하다. 하위 70%를 선정하는데 허점이 있고 절차상 시간이 걸려 불만이 쌓인다면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의 바람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효과도 낮을 뿐더러 갈등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어차피 재난지원금은 복지의 성격은 아니지 않는가. 지자체에서도 별도의 지원금을 준비하고 있고 다행히 그동안 선별복지를 주장해 온 사람들이 전 국민에게 모두 주라고 하는 이 때가 적은 금액일지라도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원의 호기가 아닌가 싶다. 여유가 있어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받아서 좋고, 기부해서 좋은 일석이조의 효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또 다시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금, 국민들은 또 다른 각오로 임해야 하는 고통을 안고 있지만 일선에서 코로나19와 정면으로 마주한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피나는 노력을 생각한다면 작금의 재난지원금 논란은 일종의 사치가 아닐까. 다른 나라에서 더 인정해 주는 그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국민의 응원이 필요할 때다.

2020년 슬프게 아름다운 봄. 무심천 벚꽃 분분히 지는데 이 강산(江山) 연두색은 왜 이리도 고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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