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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이세돌 9단이 최근 젊은 나이에 바둑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세돌이 누구인가. 인공지능에 유일하게 1승을 거둬 바둑사에 길이 남을 사람으로 세계대회 18회, 국내대회 32회 우승을 한 불세출의 승부사이다.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대결 이후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이세돌이 누구인지 안다.

알파고와 대국 당시 누구도 이세돌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프로기사들도 이세돌 9단의 5전 전승 아니면 실수로 한 판 정도는 지지 않을까 하는 낙관 분위기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승 4패로 전 국민은 인공지능의 습격에 당황했다. 3패후 이세돌은 기자회견에서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지만 그 후 3년이 지난 오늘날 인간이 인공지능 바둑을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20여 년 전 인공지능이 서양장기인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겼을 때만 해도 놀라기는 했으나 경우의 수가 체스 보다 월등히 많고 인간의 직관과 추론, 감성이 작용하는 바둑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하여 인공지능이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인공지능은 인간을 넘어섰다.

이제 인공지능은 바둑이 아니더라도 우리들 일상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란 인간이 가진 지적능력을 컴퓨터를 통해 구현하는 기술로 잘 쓰면 약이오, 잘못 쓰면 독이다. 인공지능의 장·단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인공지능의 판단 오류로 발생하는 사고나 인간이 인공지능을 악용할 때 인류의 재앙이 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인류평화와 전쟁 억제를 위해 UN이 있듯이 인공지능의 개발범위나 행동방식을 규범화하는 국가 간의 협의체를 만들어 있을지도 모를 인간의 탐욕에서 빚어지는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자체는 우려의 대상이 아니라 해도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은 위험하다.

이세돌은 최근 인터뷰에서'우리는 AI와 대국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AI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은퇴를 고민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라고 했는데 3년 전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것은 아니다'라고 호기 있게 했던 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이세돌 팬의 한 사람으로서 당혹스럽다.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것은 사실 넌센스이다. 이것은 인간이 달리기를 잘 하는 로봇과 마라톤 경주를 하는 것과 같이 무의미하다. 이미 인공지능의 바둑이 인간을 넘어섰기에 인간은 인간끼리, 인공지능은 그들끼리 대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프로기사 대부분이 인공지능의 바둑을 공부하다보니 어떤 판이든 바둑의 초반이 서로 비슷해져 재미가 없어졌다.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바둑 정석이나 행마의 기본이 무너진 것이다.

인공지능은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모든 경우의 수를 빠른 시간에 계산하여 최적의 길을 찾는다. 인공지능의 기계적인 생각을 인간이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다만 인공지능의 눈을 통해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 놓은 원칙을 점검해 보면 될 것 같다. 인간이 감정 없는, 오로지 계산에 의한 기계적인 인공지능을 모방하는 순간 그동안 바둑이 추구해 왔던 풍류와 낭만은 상실되고 만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인간이 가진 '감성'일 것이다. 나는 감정이 없는 로봇이 인간을 울린 영화 <터미네이터2>의 명대사를 기억한다. '네가 왜 우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절대 할 수 없을거야'

낭만이 사라진 시대. 이것이 어찌 바둑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스포츠에서의 판정, 법원의 선고를 인공지능이 대신한다면 오심에서 오는 갈등은 사라지겠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되고 낭만도 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으로부터 '인간의 아름다운 마음'을 지켜 인공지능의 냉철한 계산과 인간의 낭만이 서로 어깨동무 하는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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