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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7.07 16:27:10
  • 최종수정2022.07.08 11:00:50

정익현

건축사

세상의 이목을 끌었던 조유나 어린이 일가족의 승용차가 지난 6월 29일 완도 바닷속에서 인양되었다. 주검으로 발견된 일가족 3명은 이틀 후 외롭게 화장되어 화장장에 임시 안치되었다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17년째 고수하고 있다. 자살률이 25명을 넘어 하루 35명 이상, 1년 1만 3천 명 이상이 자살하고 있다. 자살 동기를 보면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10~20대 남자는 정신적 어려움으로, 30~50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60대 이상은 육체적 어려움으로 자살한다. 여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정신적 어려움이 가장 높다 한다.

자살률 1위의 원인으로 다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우리나라 비정신과 의사(일반 의사)의 항우울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한 데 있다. 항우울제 사용량이 세계 최하위로 우울증 치료율 또한 세계 최저라고 한다. 모든 병원에서 감기처럼 우울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또 하나는 언론의 보도 행태이다. 세계 각 나라는 자살에 대한 상세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충동이나 모방 자살을 억제하여 자살예방에 기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이번 일가족 죽음에 대한 보도에서도 그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조유나 양 학교 측에서 경찰에 실종 신고한 이후 엄청난 양의 보도가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흥미 위주의 추측성 보도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실종자의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카드빚 내역과 전체 채무 및 투자 손실액의 추정, 그들이 검색했던 키워드들이 여과 없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그들 소유의 '아우디' 외제차도 끊임없이 소환되었다. 또한 화장장의 풍경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자세히 보도한 언론사도 있었다.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국민의 알 권리를 넘어선 이러한 보도 행태는 우리를 화나게 한다. 한 가족의 비극이 독자의 호기심에 영합(迎合) 하는 가십(Gossip) 거리 기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파파게노(Papageno) 효과'라는 말이 있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유래되었다. 파파게노는 그의 연인이 죽자 자살을 시도한다. 이때 세 명의 요정이 나타나 희망의 노래를 불러주고 그는 죽음의 유혹을 이겨낸다. 이 이야기에 언론의 역할이 접목되어 파파게노 효과는 완성된다. 즉 언론이 요정 역할을 하여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보도를 신중히 함으로서 죽음 예방에 기여하는 것이다. 실례로 오스트리아, 핀란드가 이런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여 자살률을 줄였다 한다.

이번 비극적인 사건은 '동반자살'이라는 용어 선택이 적절한가에 대한 논의를 불러왔다. 가족단위의 부모와 자녀의 사망이 동반자살인가? 그리고 자녀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다. 어린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닐진대, 부모가 자살을 하더라도 남겨진 자녀를 죽일 권리는 없다.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6조는 '모든 아동은 생명에 관한 고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고 규정한다.

최근 출간된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 교수의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라는 책을 눈여겨본다. 그는 뉴욕에서 응급실 전체 환자의 10%는 자살 충동으로 온 사람들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자살에 대한 대화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면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상상의 어휘를 쓰지 말고 자살을 자살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판사도 의사도 그 업(業)의 본질은 판단과 처방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지 않도록 이야기를 듣고 주목해 주는 마지막 청자(聽者)'라는 그의 말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남겨진 자식이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부모의 걱정은 바로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하는 온정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은 부모와 국가가 함께 보살펴야 한다. 이참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외로웠을, 무척이나 두려웠을, 이해받지 못했을 세 명 가족에게 미안하고 먹먹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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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