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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8.12 16:06:10
  • 최종수정2021.08.12 17:38:53

정익현

건축사

2020 도쿄 올림픽이 막 시작돼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때 기쁜 소식 하나가 그냥 지나갔다. 바로 '한국의 갯벌'이 7월 26일 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서천 갯벌, 고창 갯벌, 신안 갯벌, 보성-순천갯벌 4개로 구성된 연속 유산이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이번에 등재된 갯벌은 '자연유산'에 해당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3개 문화유산과 2개 자연유산을 보유하는 나라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했다.

우리만 모르고 있는 갯벌의 가치를 세계에서 인정해 준 셈이다. 세계유산의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권고 사항의 이행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행사항 중 '유산의 보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적 개발에 대해 관리' 하라는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자연유산이 훼손돼 세계유산 등록이 취소된 사례는 지금까지 3번 있었다.

이번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는 멸종 위기 철새 기착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지만 우리가 철새를 위해서 갯벌을 보존하는 것은 아니다. 철새도 날아오지 않는 환경이라면 인간도 살 수 없다는 공존(共存)의 마음이 우선이다. 또한 갯벌이 갖는 유형·무형 가치의 크기는 우리가 갯벌을 훼손해 손에 쥐는 푼돈에 비할 바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 지금 새만금 방조제 안에서는 태양광발전 사업과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사업 추진으로 갯벌이 오염되고 파헤쳐져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는 이미 무분별한 개발과 눈앞의 작은 이익에 큰 실패를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새만금 방조제를 비롯한 곳곳의 방조제 건설로 수많은 갯벌이 사라졌고 1996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로 무주 덕유산이, 1999년 동계 아시안게임으로 용평 발왕산이, 그리고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정선 가리왕산이 훼손됐다.

위의 사례 중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가리왕산의 경우를 보면 우리의 무관심과 탐욕, 그리고 국가기관 간 엇박자가 가져오는 결과가 어떤지를 현재 가리왕산의 생채기가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스키장 건설은 진행됐다. 공사 편의를 앞세운 무리한 토목공사로 500년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이 무참히 훼손됐다. 훼손 감소 조치로 인한 공사비 증가보다 훼손된 것을 복원하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국가 경영은 경제적 이익이나 효율만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때로는 한 명의 승객을 태우더라도 교통이 불편한 곳에 마을버스가 다녀야 하는 이유와 같다.

어쩌면 당초 복원계획이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것인지 모른다.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인공으로 복원이 어렵다. 그러나 '복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훼손의 명분을 만들어 밀어붙인 결과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가리왕산 복원이다. 당초 복원 목표는 산림유전 자원 보호림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상 구조물 전체를 철거하는 것으로 결정됐으나 복원 주체인 강원도는 복원은 미룬 채 갖은 핑계-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대며 곤돌라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산림청은 2019년 강원도에 전면 복원 명령을 내렸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에 강력한 제재를 않고 있으니 가리왕산의 복원은 멀기만 하다.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외교부, 문화재청, 국무조정실, 해양수산부, 해당 지자체가 하나가 돼 온 힘을 기울였듯이 자연유산의 보존 또한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이뤄내야 한다. 국익과 직결된 외교·안보 분야라면 모를까 모든 분야에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알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세대에도 우리가 누렸던 것과 같은 혜택을 주는 것, 즉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해 우리 세대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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