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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8 16:47:33
  • 최종수정2021.07.08 19:43:22

정익현

건축사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선유도에 갔다. 일기예보와 달리 도착도 하기 전에 비가 내린다. 선유도에 처음 간 것은 3년 전 다리가 놓인 직후였다. 섬과 어우러진 바다 경치가 무척 빼어나서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다. 그때는 날씨가 좋아 '구불 8길'을 걸었는데 오늘은 해수욕장과 장자도 둘레만 걸었다. 비는 내렸지만 여러 섬들은 차분히 그 자리에서 하나의 풍경이 되어 천천히 걷는 나를 위로했다. 전에 걸었던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도 많은 기쁨을 줬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수년 전부터 걷기 열풍이 왔다. 코로나19를 견뎌야 하는 요즘 걷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제주 올레길'에 이어 '지리산 둘레길'이 생기고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자체별로 몇 개씩, 금세 전국에 수백 개의 걷기 길이 만들어졌다. '걷기 열풍'은 지자체 주도로 '길 만들기 열풍'이 되었고 중앙 부처에서 주관하는 전담 부서가 없다 보니 관리는 부실했다. 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길을 만들기 위해서 명분을 만든다. 길은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야 한다. 걷기 길이 단순한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이 아닐진대 길이 먼저 생기고 사람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람이 지나간 자취가 곧 길이다.

우리나라의 걷기 길은 크게 문화·생태 탐방로, 역사·문화길, 숲길, 순례길, 성곽길, 옛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충북도내에도 여러 개의 걷기 길이 있다. 괴산 산막이 옛길, 충주호 종댕이길, 제천 자드락길, 보은 세조길, 옥천 향수호수길이다. '종댕이길'은 수몰된 종당 마을에서 따 왔고 '자드락길'은 낮은 산기슭에 비스듬히 나 있는 좁은 길을 뜻한다. 길도 길이지만 이름도 예쁘다.

지자체에서 하는 걷기 길이나 마을 가꾸기 사업은 신중해야 한다. 섬이 많아 '1004 섬'으로 불리는 신안군은 순례길과 보라색을 콘셉트로 한 퍼플 섬 조성 사업을 했다. 4개 섬을 잇는 12㎞ 둘레길 곳곳에 모양이 제각각인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짓고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역사성도 없을뿐더러 예배당은 생뚱맞아 전혀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 반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제자였던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걸었던 길로 역사성과 스토리가 있다. 산티아고로 가는 여러 갈래 길 가운데 '프랑스 길'이 가장 널리 알려졌다. 장장 800㎞에 이르는 길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이다. 퍼플 섬은 신안군 반월도, 박지도를 온통 보라색으로 바꾼 것인데 마을 주민의 동의를 얻었다 하나 어느 특정한 색의 남용이 사람의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진 걷기 길은 역사·문화적 맥락 없이 청정 자연을 오염, 훼손해 환경을 파괴한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도시 안에 숲과 공원을 조성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충북교육 문화원이 들어선 청주시 주중동 옛 종축장 부지의 활용은 못내 아쉽다.

길은, 길이 지나는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삶이 녹아 있어야 한다. 우리 삶의 터전이었던 마을의 골목길, 골목길에 연결된 마당, 언덕들은 우리가 자연에 순응해 살면서 남긴 땅 위의 흔적이다. 이 흔적들이 도시개발로 잘려 나갔다. 새로운 길 만들기도 필요하지만 사라진 옛길 찾기 또한 중요하다. 이제 잘린 옛길을 복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라진 옛길에 대한 기억과 남아 있는 옛길의 보전은 현재의 사람이 미래의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하는 문화유산이다.

'길(道)'에는 몇 가지 뜻이 있다. 걷기 길은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이라기보다 사람만이 다니는 길이다. 걸으면서 자기성찰하는, 사람의 도리를 생각하게 하는 길이다. 시인 장순하는 그의 시에서 길을 이렇게 읊었다. '어디에나 길은 있고 / 어디에도 길은 없나니 / 노루며 까막까치 제 길을 열고 가듯 / 우리는 우리의 길을 헤쳐 가야 하느니 //'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사람의 길도 막힘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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