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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무엇보다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정정당당 했을 것이라고 믿었던 스포츠가 날로 오염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6월 16일 'DB 그룹 한국 여자오픈' 골프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7월 25일 신인 유망주 윤이나 선수는 내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쳤다는, 이른바 오구(誤球, Wrong ball) 플레이를 신고했다. 러프에 떨어진 공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때 신고를 하고 2벌타를 받아 경기를 진행했으면 탈이 없었다. 코치, 캐디, 가족들이 모두 알았지만 한 달간 감추고 있었다. 그러다 여론에 떠밀려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골프는 '심판 없는 스포츠'라 하여 골프인들은 자부심이 크다. 아무리 나이 어린 19세라 해도 엄연한 프로골퍼로서 골프인의 자존심을 져버렸다는데 사람들의 실망은 크다. '박세리를 능가할 선수'로 촉망받는 신인이 저지른 실수라 더 안타깝다. 골프에서 오구 플레이는 승부조작에 준하는 반칙으로 골프에서 가장 금기시 한다.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나이가 어리고 반성하고 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용서할 수는 없고 강력한 징계를 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룰 위반 후 숨기거나 속이는 행동에 대해서는 '영구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다.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 할 스포츠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치팅(Cheating)이다. 치팅은 속임수, 부정행위, 커닝을 뜻한다. 2년 전 바둑에서 나이 어린 소녀 프로기사가 인공지능을 몰래 커닝하다 적발되어 1년간 자격 정지 끝에 복귀했다. 그때도 징계에 대해 이번과 같은 논란이 있었다. 요즘 '바둑 TV'에서는 그 프로기사의 이름 앞에 '천재 소녀'라는 수식어를 달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천재라는 것인지!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거짓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 그런 연유인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사기 범죄율이 1위라 한다. 역사를 봐도 그렇다. 네덜란드인 하멜은 1653년 제주도에 표류해 13년간 억류되었다 탈출했다. 그가 쓴 '하멜 표류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조선인은 거짓말하고 속이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남에게 해를 끼치고도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 그래서일까 '속는 사람이 바보다'라고 말해도 되는 사회 분위기인 것이.

근세 이후 현대까지 잦은 외세 침략으로 삶이 곤궁해지고, 고속성장 속에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학력 위조, 경력 위조, 표절 시비, 가짜 뉴스, 정치인의 거짓 공약 등 수많은 거짓 속에 살다 보니 거짓에 무감각해 졌다. 거짓이 큰 범죄인데도 이에 대해 관대하다보니 거짓은 더 대담해진다. 가정의 분위기, 사회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언감생심(焉敢生心) 거짓을 할 엄두도 못 내게 하는 '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짓을 막을 브레이크 장치가 없는 것 같다. 하나의 거짓이 둘을 낳고 작은 거짓이 큰 거짓을 낳는, 이른바 거짓의 전염이 만연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부정행위를 보고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자기 위안'이 발동하고 이는 자신이 지켜 왔던 도덕적 기준을 스스로 낮추는 '자기 기만(自己欺瞞)'으로 이어진다.

서양이 동양보다 '거짓'에 대해 단호한 것 같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중도에서 물러난 것도 도청(盜聽)이 아니라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힐러리 또한 트럼프에 패한 것도 메일 관련 거짓말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라 해도 거짓이 용납되는 사회는 옳지 않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을 말하고 싶은 유혹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것을 억제하는 '사회 분위기'의 작동은 얼마나 아름답고 정의로운가. 거짓이 가장 부끄러운 행위로 자리매김하는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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