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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최근 고등학교 동기 단체 카톡방(단톡방)에서 탈출(?) 했다. 나오니 마음이 편안하다. 수 년 새 여러 개의 단톡방에서 빠져나왔다. 현재는 몇 개의 단톡방과 밴드에 들어가 있다.

스스로 나온 이유는 대체로 같다. 정치색을 띤 퍼 온 글, 나는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허세에 가까운 자기 자랑, 그리고 구성원 간 험한 말싸움에 지쳐서이다. 이번에 탈출한 고교 동기 단톡방은 '경·조사 알림방'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치색을 띤 퍼 온 글이 등장하고 교묘하게 자기 과시를 하다가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아쉬운 것은 '축하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인사는 혼주(婚主)나 상주(喪主)에게 직접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200명 넘게 들어와 있는 단톡방이 하루 종일 인사말로 북새통이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카카오톡, 밴드 등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하나이다. 본래 취지는 인터넷으로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통해 건전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확실한 정보나 악의적 비방, 개인정보 노출 등으로 문제를 일으켜 이제 SNS의 폐해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 SNS의 기반이 잘 갖추어졌지만 이에 따른 윤리의식과 법률상의 개인 보호가 미흡하다. 작년 호주 법원은 악성 댓글을 올린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댓글이 올라가도록 콘텐츠를 제공한 유통자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또 호주는 세계 최초로 폭력적 콘텐츠를 강제 삭제하는 법률을 2019년 만들어 불응하는 소셜미디어 업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더 큰 문제는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끼리의 SNS이다. 자칫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흐를 수 있어 위험하다. 아는 사람 중에 '유튜브' 어느 한쪽의 정보만 공유한 나머지 어느 날 보니 사고의 균형이 무너져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SNS도 음식처럼 편식을 하면 해롭다. 그럴 바엔 차라리 SNS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듯하다. 오죽했으면 영국 프로 축구 감독을 역임한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했을까!

SNS의 또 다른 폐해는 자신의 삶을 타인과 비교하는 데서 오는 불행이다. SNS로 보이는 타인의 삶 ― 행복할 것 같은, 어쩌면 연출되었을지도 모를 타인의 삶 ― 에 지나친 관심과 비교는 진짜 나의 삶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자신의 멋진 삶을 카메라에 담다가 죽은 사람이 상어에 물려 죽은 사람보다 많다는 언론 보도는 민망하기까지 하다. 실제 나의 삶이 아닌 꾸며진 다른 삶을 보여주다 보니 이제는 사람 숫자보다 '삶의 숫자'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세상 사람 숫자보다 얼굴 숫자가 많듯이.

20여 년 전 개봉된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평범한 보험회사 직원인 30대의 트루먼은 트루먼 쇼라는 TV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출생 때부터 30여 년을 모든 사람들이 TV를 통해 그의 생활을 지켜보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트루먼을 제외한 부모, 아내, 이웃 등 모든 사람들은 배우이다. 트루먼이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섬도, 바다도 거대한 세트장이다. 어느 날 자신의 생활을 의심하기 시작한 그는 결국 세트장 밖 세상으로 나오며 쇼는 끝난다'

SNS에 몰입하는 우리도 영화 속 트루먼같이 누구에게 통제된 가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나는 꽤 오래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가짜이고 내가 살았던 진짜 세상에서 잠시 소풍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그냥 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다. 우리가 SNS에 너무 빠지면 영화 속의 트루먼처럼 내 삶이 아닌 만들어진 삶, 가짜 인생을 살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가 SNS의 환상에서 깨어났을 때 '트루먼 쇼'의 트루먼처럼 진짜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편지와 전화만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옛날, 사람 냄새나는 시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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