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정익현

건축사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16강 진출을 끝으로 대회 일정을 마쳤다. 우리나라가 극적으로 '경우의 수'를 맞춰 16강에 오른 데에는 가나 선수들의 지대한 공(功)이 있었다.

가나는 우루과이에 구원(舊怨)이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우루과이의 '수아레스' 선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가나와 우루과이가 맞붙은 8강전에서 가나 선수의 헤딩슛을 우루과이 수아레스 선수가 손으로 막아 수아레스는 퇴장당하고 가나는 페널티 킥을 실축한다. 승부차기에서 가나는 2:4로 져서 4강 진출에 실패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신(神)의 손' 사건으로 가나 국민은 지금도 분노한다. 축구에서 공을 손으로 막는 행위는 가장 비난받는 행위이다.

12년이 지난 이번 대회에 가나는 예선에서 우루과이와 다시 만났다. 경기에 앞서 당시 사건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수아레스는 '사과하지 않겠다. 난 당시 레드카드를 받았다. 가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 한 건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여 마지막으로 사과할 기회를 놓쳤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가나는 우루과이에 2:0으로 졌지만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아 우리가 우루과이에 다 득점에 앞서 우리나라는 16강에 진출했다.

수아레스는 아예 사과조차 하지 않았지만 '사과'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타이밍과 진정성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사과하는데 인색하다. 사과하는 것은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시간이 가면 잊힐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사과는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조건 없이 책임을 인정하고, 사후 대책을 약속하고, 이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대서 완성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정한 사과 대신 사과를 빙자한 '해명'을 하려 한다. 해명은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사과가 아니다. 그리고 '유감(遺憾)'이라는 솔직하지 않고 비겁한 말 뒤에숨는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이다. 즉 불만이나 섭섭함의 표현이지 사과는 아니다.

제대로 된 사과와 잘못된 사과의 예를 살펴본다. 10여 년 전 LG전자 드럼세탁기에 어린이가 들어갔다가 갇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때 LG전자는 문제가 된 105만 여대의 세탁기 전량을 리콜 하겠다 밝히고 세탁기 안전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의 주의도 부탁했다. 소비자의 과실로 전가시키지 않고 과실을 바로잡은 노력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았다.

반면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키히토 일왕은 환영 만찬에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 '한반도에 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어 슬프다'라고 해 논란을 불렀다. 무엇이 통석한 것인지 대상도 없고 사과의 말도 없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는 1984년 히로히토 일왕의 '불행한 과거에 대해 유감'이라고 얼버무린 것에 비해 발전된 것이라고 평가하여 이를 '사죄'로 받아들였다.

당시 정부는 '통석의 염'을 '뼛속 깊이 뉘우친다'라는 뜻이라고 공식 해석을 했으니 일본은 사과도 안 했는데 우리가 먼저 사과를 받아들인 모습이 되었다. 사과는 본래 빨리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일본이 패전한지 80년이 가까워도 '사죄'는커녕 제대로 된 사과 한번 받아 보지 못한 오늘의 현실이 씁쓸하다.

드라마의 대사는 가끔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1년 전 방영된 사극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후일 정조의 후궁이 된 성덕임이 신분을 속인 왕세손(후일 정조)을 꾸짖으며 이렇게 말한다.

'예, 배우십시오. 세상 모두가 저하의 아랫사람이며 그들 모두가 저하의 백성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아랫사람에게 사과하는 법을, 백성에게 사과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진정한 군주는 늘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백성에게 머리를 숙인다 하였습니다. 그러하실 줄 모르는 저하의 모습에 소인은 지금 크게 실망하였나이다.'

빠르고 책임감 있는 진정한 사과는 패배나 굴욕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며 신뢰를 쌓는 지름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