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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많은 잡음 속에 끝났다. 개회식의 '한복 공정' 논란, 개최국 프리미엄이라 볼 수 있는 쇼트트랙의 편파 판정, 피겨스케이팅의 도핑 파문은 많은 선수들이 땀 흘려 만들어낸 감동을 덮어 버렸다.

요즘 힘과 기량을 겨루는 감동의 스포츠가 오염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4년 전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왕따' 논란에 이은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어린 선수 시절부터 이제까지 코치에게 구타 및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보도는 국민을 놀람과 분노에 떨게 했다.

최근, '팀 추월' 경기에서 전 국민의 비난을 받았던 김보름 선수가 노선영 선수로부터 받은 욕설과 비난에 대응하여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 당시 중계를 하며 김보름 선수를 비난한 배성재 아나운서는 김보름 선수에게 사과하라고 아우성이다.

이 지점에서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팀 추월' 경기는 3명이 한 팀을 이룬다. 제일 먼저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아니라 맨 뒤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잰다. 따라서 맨 뒤에 오는 동료가 페이스를 잃지 않도록 상태를 살피며 앞의 선수는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상식이다. 개인 종목이 아니고 팀 종목이기에 팀워크가 생명이다. 냉정히 볼 때 노선영 선수가 김보름 선수에게 욕설을 한 사안은 어쩌면 다른 문제이다.

지난 2월 어느 TV 프로에서 설악산 마지막 지게꾼 임기종씨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이 프로는 각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서 본인의 삶을 진솔하게 전한다. 감명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준다. 임기종씨는 16살부터 먹고살기 위해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지게로 물건을 져 나른 지 45년이 되었다 한다. 왜소하게 보이는 체격인데 본인 몸무게의 2배 이상의 짐을 지고 하루 10시간의 일을 한다고 한다. 나는 안쓰러웠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번 돈에서 1억 원을 사회에 기부했다 한다.

논란은 방송 후에 있었다. 사람들은 짐을 나르는 비용이 너무 싸서 '노동 착취'라는 것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항의도 모자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임기종씨는 최근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노동착취 논란으로 사찰이나 암자에서 일을 맡기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본인은 노동 착취라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개입하여 사달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지나친 개입은 그것이 설사 호의라 하더라도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분에겐 설악산이 삶의 중요한 터전이고 안식처였을 터, 몇 십 년을 그렇게 살아온 그분만의 노동의 가치를 제3자가 개입하여 돈으로 계산하는 바람에 그분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요즘 타인에 대한 SNS상의 비난은 한 번 시작되면 도가 지나치고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마치 집단최면에 걸린 듯하다. 4년 전 김보름 선수가 그랬다. 인터뷰 태도가 논란에 기름을 부어 급기야 선수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그러다 김보름 선수가 손해배상에서 일부 승소하자 중계방송을 했던 아나운서를 향해 김보름 선수에게 사과하라고 화살을 돌렸다. 그 당시 지나치게 분노한 것에 대한 탈출구를 찾는 것이라면 방향을 자기 자신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이모티콘의 표정 속에 자신을 숨기듯 대중 속에 몸을 숨긴다.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이 있다면 이것을 바로잡고 균형을 잡는 일은 언론의 몫이다. 그렇지 않고 언론이 방관하거나 오히려 주도한다면 우리 사회는 왜곡되고 편향된다. 다수가 '혐오'를 공유하게 되면 피해를 보는 개인은 누가 보호할 것인가. 공감이 필요한 시대에 혐오를 키우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응징이 아닌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로를 병들게 하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멈추고 코로나19로 피폐해진 마음을 서로 보듬어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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