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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한자 '李'의 훈이 '오얏'인데 원래 자두를 말하는 것이다. 자색 계통의 붉은 보랏빛을 띄고 복숭아를 닮았다하여 자도(紫桃)라 했다가 자두로 변형되었다고 하는데 원산이 중국이어서 우리나라로 전래되면서 사람들이 집 주변에 많이 심었던 살구와 비슷하여 살구라는 과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지명에 쓰인 '오얏'은 유사한 음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 외약(외지다, 왼쪽이란 뜻), 외(오이)로도 보며, 유사한 한자음으로 인하여 까마귀(烏), 기와(瓦), 배(梨)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것이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수락리의 오얏골,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의 오야골, 흥덕구 옥산면 동림리의 오얏재, 보은군 마로면 갈평리의 오야골 등 '오얏'이 붙어 쓰이는 지명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가 있는데 대부분 옛날에 오얏나무가 많이 있어서 오얏골이 되었다고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한 해석이 매우 다양하여 원래의 의미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괴산군 청천면 신월리의 오얏말은 전주이씨가 마을을 세웠다 하여 오얏말이 되었다고 하며, 음성군 생극면 차곡리의 오얏골(烏也谷)은 까마귀집이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다른 시도에도 보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의 오얏리,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의 오얏골,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오얏골,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오곡리 오얏골, 천안시 성거읍(聖居邑) 오얏골, 공주시 정안면 전평리 오얏골, 공주시 정안면 인풍리 오얏골, 공주시 유구읍 신영리 오얏골, 대전광역시 유성구 금고동의 오얏골, 전북 남원시 산내면 덕동리의 오얏골, 경북 문경시 호계면 부곡리의 오얏골 등도 오얏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여 오얏나무와 연관짓고 있다. 서울시 강북구 번동(樊洞)의 오얏골은 옛부터 오얏나무(자두)가 무성히 자라던 곳이었다고 하며 고려시대 <운관비기(雲觀秘記)>라는 책에 "이씨가 한양에 도읍하리라."는 내용이 나오자 고려 왕실은 이씨(오얏李)가 흥할 징조라고 여겨 오얏나무를 베는 벌리사(伐李使)를 보내 베어낸 데서 벌리(伐里)라고 칭하다가 번리(樊里)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충남 서천군 화양면의 오얏골은 옛날에 마을에서 기와를 구웠으므로 오얏골이라고 부른다고 하며 충남 부여군 부여읍 정동리의 오얏골은 전통적으로 기와를 구웠던 오얏골의 기와로 탁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와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충남 논산군 은진면의 오얏골은 옛날에 기와점이 있었다고 하여 와야리로 표기하고 있으며 옛 가마터가 마을에 남아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장외리의 오얏골은 고려말부터 이씨들이 연접한 5채의 집으로 마을을 이루었다는 데서 오가곡촌(五家谷村)으로 불리었고, 또 옛 비석에는 오와곡촌(五瓦谷村)이라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마을에 배나무가 많았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도 하는 등 '오얏, 기와, 배'의 세 가지로 보는 유래가 전하는 것으로 보아 이 모두가 비슷한 음으로 유추하여 해석한 것으로 짐작할 수가 있다. 이같이 비슷한 이름들로 우리나라에 쓰인 지명은 오얏골, 오얏말, 오얏재, 오야골, 외야골, 외얏골, 외얏, 오리골, 왼골 등으로 남한에만 이러한 지명은 약 250여 곳이나 된다.

그렇다면 '오얏'의 원래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정범의 <우리말 뿌리>라는 저서에서는 국어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아우, 아자비, 아자미, 어른, 아내' 등의 두음(頭音)인 '아'의 조어(祖語)는 'ㅤㅇㅏㄷ(at), ㅤㅇㅗㄷ(ot)'인데 인칭어인 어른의 경우 'ota'에서 'ㄷ'이 'ㄹ'로 변이되어 'ora'가 되고 다시 'ㄹ'이 탈락되자 모음충돌기피현상으로 'oya(오야)'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일본어 사전에 의하면 일본어 '오야'는 '어버이(親), 선조, 원조(祖), 사물의 근본'의 의미로서 '무리 중의 대장, 가장 큰 것'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 오랜 옛날에 '어버이, 크다'는 의미로 쓰였던 '오야'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자 '오얏리(李)'가 '자식을 많이 품고 있는 부모 나무' 즉 '어버이'라는 의미를 상형하는 것이라 보는 학자들의 견해는 매우 타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가마리의 마을은 '가마골'인데 '오얏골'이라고 불리고 있어 '크다'는 의미의 '가마'와 혼용하고 있으며, 흥덕구 오창면 화산리의 오야골이 화산리에서 으뜸되는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전해지고 있으므로 '주변의 여러 마을 중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는 의미로서 '오얏'을 '크다'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면 마을의 형태를 가리키는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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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