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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이만 저만 걱정이 아니다.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곳곳으로 확산하며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재앙적 수준이다. 경북 의성에서 지난 22일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북부지역을 휩쓸고 있다.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고, 천년고찰이 완전히 불타는가 하면 주왕산국립공원·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이 위험에 처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번진다.

***증가하는 인위적 실화

경남 산청에서 지난 21일 발생한 산불은 하동으로 넘어가는 한편 지리산 권역을 위협하고 있다. 울산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도 잡히지 않고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곳에는 인력과 헬기 등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26일 오후 현재 사망자가 24명에 이르고 피해 규모는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봄철에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낙뢰나 마찰과 같은 자연현상에 의한 산불은 극히 드물다. 산림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간 입산자 실화(31.2%), 쓰레기 소각(12.4%), 담뱃불 실화(6.2%), 논밭두렁 소각(11%), 건축물 화재(6.2%) 등 사람들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가 대부분이다. 산림당국이 입산통제와 산림감시원을 배치하여 산불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인위적 산불이 줄지 않는 실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산불은 기상, 연료가 되는 숲의 종류, 지형에 영향을 받아 확산되는데 봄철 낮은 습도로 발화율이 높아지고 바람으로 빠르게 확산한다. 소나무 숲은 활엽수림과 달리 겨울과 봄에도 가지에 잎이 붙어있어 지표층에서 타던 산불이 나무 윗부분인 수관층까지 옮겨 붙고 불똥이 날아가는 비화로 이어진다. 소나무 잎과 줄기에는 불에 잘 타는 정유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산불의 기세와 확산속도가 더욱 커지는 특성을 보인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의 경사가 급한 지형도 산불이 빨리 확산되는 주요 요인이다.

갈수록 더욱 큰 문제는 산불의 연중화 현상이다. 산불이 잦은 시기는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상승하는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에 집중되었지만 최근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12월과 1월에도 산불 발생 건수가 증가한다. 최근 10년 간 5~6월 산불 발생 건수가 전체 산불 중 16.2%를 차지하는 등 기후변화에 의해 겨울과 여름철도 산불 예외 기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산림 관계자들이 가장 반기는 꽃이 5월에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꽃이었는데 이제는 개화가 조금 늦은 밤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카시 꽃이 피는 시기쯤이면 나무들의 수분함량이 높아지고 녹음이 짙어지므로 5월 이후에는 산불이 나도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기대가 바뀐 것이다.

이번 의성, 산청, 울산 등지의 산불에서 보는 것처럼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 너무나 큰 피해를 준다. 생태학적 측면의 피해는 산림 훼손으로 야생 동식물 서식지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산사태 발생 증가, 산성비, 대기오염, 온실가스, 이산화탄소 증가 등이 심각해진다.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피해를 따지면 계산하기 힘들 정도다. 황폐해진 산불 피해지가 산림형태를 갖추는 데만 30년 이상 걸리고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최소 100년 이상 오랜 시간이 흘러야 된다.

***대형 산불 연중화 대비

산불 예방을 위해 관행적인 소각행위 금지, 입산 시 화기반입 및 흡연금지, 통제구역 출입금지와 같은 기본적 원칙 준수가 절실하다. 발화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산불 예방을 위한 국민적 인식 개선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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