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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05 14:49:23
  • 최종수정2025.02.05 14:49:23

이정균

시사평론가

법원이 물리적 공격을 당하는 반문명적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법원 난입과 폭력 사태는 충격이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법원 담을 넘어 들어가 유리창, 집기, 시설물을 파손하고 판사 사무실에 침입하는 등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제적 조롱 대상 전락

윤 대통령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망상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도 모자라 지지자들이 희대의 법원 습격 사태를 저질러 국격을 떨어트리고 국제적 조롱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대법관회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 "사법부의 기능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시도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사법부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도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을 믿고 그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밝혔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대법관회의가 이례적으로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과 강경한 내용 등을 볼 때 법원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잘 드러난다. 지엄하신 대법관들 전원이 모여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하는 현실은 분명 후진적이며 그런 방식을 동원할 정도로 사법부가 위기에 노출됐음을 방증한다.

법원의 결정이 불만이라는 이유로 신성한 법원 건물에 떼를 지어 쳐들어가 난동 부리는 행동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으며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합의된 규율이다. 대법관회의가 강조한 바처럼 공정한 재판과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과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법치국가에 성립된 사회적 합의이다.

그럼에도, 대법관회의를 떠들썩하게 열고 이의를 달 필요조차 없는 회의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 할 수밖에 없는 법원의 몰골을 보며 어쩌다가 이런 사태에 직면했는지를 묻게 된다. 대법관회의는 법원을 대표하여 법원의 뜻을 모아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힌 것인데 난동자들을 준엄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만 클 뿐 법원 자신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법원은 사상 초유의 집단 습격을 당했음에도,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구석은 없고, 오로지 폭도들의 난동만 중대범죄로 규정할 만큼 떳떳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법원 무단 침입과 폭력 행위는 옹호 받을 수 없다. 다만, 신성한 법원을 신성시 하지 않게 된 원인을 법원이 돌이켜 살펴보지 않는 한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 무소불위의 공권력이 공포정치로 민주주의를 억압할 당시, 경찰·검찰과 더불어 법원 역시 군부독재의 시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대가 파출소, 경찰서, 검찰청에는 화염병을 던졌어도 법원에 만큼은 물리적 공격을 자제했다. 비록 권력에 순종하는 법원이지만 그래도 민주주의를 지켜 줄 최후의 보루라는 일말의 기대가 그 때는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성 의심받는 법원

이제는 세 명의 대통령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탄핵 의결하는 민주주의가 만개한 국가가 되었다. 이런 대명천지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기반한 헌법질서를 수호한다는 법원이 허무하게 뚫려 난타당한 것에는 경찰의 경비 실패와 극우 세력의 난동에만 책임이 있지 않다. 공정성을 의심받는 법원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법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현저히 무너져 가고 있다.

사법부의 공정성 상실 원인을 법원 말고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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