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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05 14:51:48
  • 최종수정2025.03.05 14:51:55

이정균

시사평론가

"우크라이나인은 우리만의 정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에 대항해 힘겨운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의 글이다. 게시물에는 완전무장한 우크라이나 군인들, 피투성이가 된 수술 가운을 입은 의사의 뒷모습, 전투기 조종사, 폭격 당한 현장에서 민간인을 구조하는 구조대원과 소방관, 절단된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남녀 모습 등의 사진이 실려 있다.

***우크라이나에게 항복 강요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크라이나 정장은 달라 보일 수 있지만 모두 최고의 품위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처절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지난 2월 28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도중 언쟁을 벌이다 사실상 쫓겨난 뒤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올린 게시물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중인 전선의 장병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입는 군복을 미국 측이 의전과 격식의 문제로 삼았고, 미국의 어느 기자가 "왜 정장을 입지 않느냐" "정장이 있기는 하냐"고 조롱한데 따른 반발이다.

트럼프-젤렌스키 회담 결렬 사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을 놓고 러시아에게는 유리하지만 우크라이나에게는 백기 항복이나 다름없는 불리한 내용을 트럼프가 강요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없는 친러 종전안을 밀어붙이다가 이를 반대하는 젤렌스키를 향해 "당신에게는 협상 카드가 없다"며 공개 모욕을 주고 백악관에서 쫓아냈다.

트럼프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 전면중단 보복을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적극 지원을 계속하더라도 미국의 군사 지원이 끊기면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나아가 미국은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책임을 물으며 러시아의 기업과 단체 등에 부과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묶여 있던 러시아의 돈줄을 풀어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너무나 명확하다.

트럼프가 전범 국가 러시아에겐 승리를, 막대한 피해를 당한 약소국 우크라이나에겐 패배를 안기고 얻게 될 종전을 평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에 한반도를 돌아보게 된다. 한미동맹이 아무리 굳건하다 한들 트럼프식의 발상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존재하는 한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의구심이 든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기존의 국제관계와 질서를 완전히 허물고 미국이 가진 세계 최강의 국력을 휘둘러 미국 이외의 국가들을 힘으로 억누르고 줄 세우려는 트럼프에게서 신제국주의 망령이 떠오른다. 트럼프 이전에도 미국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설마 미국이 그럴 리 있겠느냐는 희망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희망이 낭만적 착각일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 주고 있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를 짓밟아 버리고, 전쟁 범죄자 푸틴을 도와줘 러시아를 승전국으로 격상시키려는 트럼프가 무슨 짓인들 못 벌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듯 트럼프는 머지않아 한국과 관세 및 안보 분야의 거래를 시도할 것이다.

***안하무인 폭거 한국 예외 없어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와 북핵 이슈가 트럼프에게는 골칫거리가 아니라 먹잇거리로 보일 것이며 한국을 희생양 삼으려 할 게 뻔하다. 시시각각 죄어오는 트럼프의 안하무인 폭거에 맞설 자강, 자존 전략이 절실하다.

"한국에게는 협상 카드가 없다"는 트럼프의 공세에 우리가 내밀 카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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