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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전 언론인

청주시가 KTX 오송역 명칭변경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현재의 '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이다. 조사 대상은 청주시민 천명과 전국의 철도 이용객 천명이다. 청주시가 내세운 청주오송역 개명 사유는 '대부분의 고속철도역에 지자체명 포함' '오송과 청주는 하나의 지자체라는 공동체 의식 강화' '국가 X축 중심역이자 철도친화도시로서의 청주 이미지 향상' '철도 이용객 혼선 방지' 등이다. 모든 사유는 청주에 방점이 찍혀있다. 청주시의 주장이 옳아 보이기는 하나 지난 10월에 진행된 주민 의견 수렴에서는 청주오송역 개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수로 나왔다고 한다.

*** 청주에 방점 찍힌 '청주오송역'

처음 KTX오송역이 생길 때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기 이전의 청원군 강외면 오송 지역이었으므로 오송역 명칭이 자연스러웠지만 통합 청주시가 된 이후에도 계속 오송역 명칭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에 흔쾌히 동의하기는 망설여진다. 세종역 신설 주장 때문이다. 세종역 신설을 강하게 추진하는 세종시를 향해 이미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역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세종역 신설은 불가하다는 게 청주시와 충북도의 입장이다. 또, 세종시 건설 자체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충청권에 입지한 것이었으므로 충청권 상생 차원에서도 오송역을 껍데기로 전락시킬 수 있는 세종역 신설은 절대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랬는데 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면 세종시 시각에서 볼 때 "오송역은 청주의 역입니다"라며 대못을 박아 버렸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역이라더니 청주라는 지명을 넣어 개명하려는 것을 상생의 이웃인 세종시가 어떻게 해석하겠는가.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는 것이 청주로서는 이익이 크다 해도 세종시에게 세종역 추진 동력을 더 추가해 주는 계기가 될 우려를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오송역 명칭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 추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긴 하다. 차라리 오송역 명칭에 '세종'을 넣는 방안을 세종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역 신설 요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충북도가 동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는 지난 정부도 현 정부도 동일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국토부장관, 윤석열 정부 원희룡 국토부장관도 이 원칙을 고수 중이다. 세종역 신설 주장이 현재까지는 경제적 타당성에 미치지 못하고 정부를 설득시키지도 못했으며 충북도의 동의를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세종시는 총력을 동원하여 끈질기게 세종역에 매달리고 있다.

과거 세종시 국회의원인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전 세종시장(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최민호 현 세종시장(국민의힘) 역시 세종역 신설 추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불과 한 달 전 최민호 세종시장은 국회 출입 충청권 기자간담회에서 KTX 세종역 신설 의지를 강하게 밝히며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집무실 건립에 대비해 KTX세종역은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지방선거 때 공약에는 세종역 신설을 확고하게 넣지 않았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을 세우고 중이온가속기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완공되면 오송에서 내려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오송역 살리고 세종역 살리는 문제가 아니다"고 공언했다.

*** 세종역 저지 명분 약화 없길

지금 이 시각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집행위원회 총회 참석 차 벨기에 브뤼셀에 출장 중이다. 충북·충남·대전·세종 4개 시·도가 '충청권메가시티'라는 이름으로 힘을 합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와 경쟁을 벌이는데 12일 집행위원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충청권은 상생의 동반관계이자 동시에 경쟁관계이기도 한 냉혹한 현실에 서 있다.

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의 논거로 광주송정역과 평택지제역의 사례를 들지만 이들 역명은 동일한 지자체 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되었다. 그러나 오송역은 청주와 오송이라는 동일한 지자체 내의 문제와 함께 세종시 관문역이라는 또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송역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경우가 다르다.

바람직하기로는 청주오송역으로 개명하여 청주가 얻게 되는 유무형의 플러스 요인 때문에 세종역 신설 저지 명분이 약화되지 않아야 하는 건데 세상 이치가 어느 일방만 좋은 쪽으로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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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인프라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동일(56) ㈜키프라임리서치 대표는 준공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외 관계자들의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오송캠퍼스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미국, 태국,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신약·백신 개발 관계자들의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김동일 키프라임리서치 대표가 청주와 바이오업계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지난 2020년 7월이다. 바이오톡스텍의 창립멤버인 김 대표는 당시 국내 산업환경에 대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제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BT(바이오테크놀로지)와 IT(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라는 두 개의 큰 축이 보였다"며 "이가운데 BT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나 발전 정도·세계 시장 진출 정도로 봤을 때 타 산업 대비 훨씬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BT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업계에 뛰어들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실제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회사들은 국내시장·제네릭 분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