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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4·10 총선은 정권심판론과 야당심판론의 대결이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총체적 국정운영 능력과 결과에 대한 중간성적을 평가하는 선거다. 이와 함께 국회 과반 이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을 평가하는 선거이기도 하다. 둘 다 심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들이 어떤 묘수를 둘지 정말 궁금하다.

선거일을 27일 앞둔 시점에 거대 양당은 중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을 끝냈고 선거 열기가 점차 달아오른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 윤재옥 원내대표 네 명을 선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이해찬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를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임했다.

*** 여·야 모두 심판 대상

국민의힘은 국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이 국정에 협조하지 않고 정부의 발목만 잡으니 입법독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야당을 심판해 달라고 주장한다. "범죄자를 위해 1인 정당으로 타락한 민주당을 심판하여 국회, 민주당,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하지 않고 검찰독재를 휘두르고 있다며 폭정을 멈춰 세우기 위한 정권 심판을 주장한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대결이 아닌 국민과 국민의힘의 대결이며 나라를 망치고도 반성 없는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서도 여당과 야당은 항상, 모든 사안을 놓고 무한 대립을 반복해 왔다.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고 오로지 내편이냐 네편이냐로 갈려 시시때때로 싸웠다. 서민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는데 서로에게 원죄를 전가시키며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여·야당이 총선전략도 책임 떠넘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정권심판이니 야당심판이니 하는 구호들은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어 반사이익을 도모하자는 네거티브 전략이다. 집권여당의 총선은 나라살림에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에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심판론은 여당의 주체적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점검이 아니라 야당의 허물에 기대어 국회 의석 몇 개 더 얻어 보자는 바람직하지 못한 전략이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정권 창출의 수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쉬워도 정책을 개발하여 대안정당으로 신뢰받는 건 여간 어렵지 않다. 야당의 정책대안을 받아 국정에 반영하는 정치문화가 정착되지도 않았다. 이러한 악순환이 선거 때마다 야당 또한 정권심판론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주요 이유다.

정치권에 실망하고 짜증나는 건 국민이다. 다른 분야는 세계적 첨단을 달리면서도 유독 정치만큼은 후진적인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 형편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총선의 의미는 매우 크며 유권자의 선택에 의해 정치의 향방과 국가의 미래에 무거운 시사점을 던질 것이다. 정권심판과 야당심판의 어느 진영이 승리 혹은 패배하더라도 우리의 정치가 한 발짝 진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게 국민적 여망이라고 본다.

한겨레가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실시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야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53%,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1%로 나타났다.

*** 중도층이 승패 결정

모든 선거의 승패는 중도층이 결정한다. 확실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는 유권자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반대당의 문제점을 찾아내서라도 자신의 지지를 합리화 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특정한 지지 정당이 없는 중도층은 정당과 후보자를 상호 비교하고 정책을 살펴보는 등 상황에 따른 투표행태를 보인다. 스윙보터 잡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나라를 절반으로 갈라놓은 극단의 진영 전쟁, 이 와중에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며 중심 잡고 서있는 중도층, 시시비비를 가려 가치투표 행태를 보여주는 이들의 선택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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