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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조만간 속리산에 등산 가려 한다. 정확치는 않아도 수 십 번은 다녀왔을 속리산을 다시 가고 싶은 건 속리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의 법주사 매표소가 불교문화유산안내소로 변경됐다고 해서다. 매표소가 안내소로 바뀐 것은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한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전국 65개 사찰이 지난 4일부터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조계종이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문화재청이 2023년 문화재관람료 지원 예산 421억원을 확정한 덕분이다.

*** 불편했던 속리산 입산

그토록 아름다운 속리산을 등산 가면서 매번 국립공원 입장료가 아닌 법주사 문화재관람료 명목의 통행료를 징수 당해야 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웠는데 이 부분이 해소된 것이다. 하긴 문화재관람료 폐지가 아니라 '감면'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개인이 내는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국가 예산으로 조계종에 연간 4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한 만큼 무료는 아니다. 문화재를 관람하건 등산을 가건 관계없이 국가지정 문화재를 보유한 지역에 들어가는 개인이 부담하던 비용을 전 국민이 낸 국가 예산으로 대납할 뿐이다.

그동안 속리산 등산객들은 "법주사 관람을 하지 않고 그냥 속리산으로 직행하는데 왜 입구를 막고 돈을 받느냐"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를 받으려면 법주사 입구에서 받으면 되지 왜 속리산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받느냐" "차라리 국립공원입장료를 부활시켜라"며 항의해도 소용없었다. 지난 대선 직전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조계종의 반발로 큰 곤욕을 치르고 불교계에 사과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아갔지만 거절당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관련 기사에는 평소 정청래 의원을 지지하지 않지만 모처럼 올바른 소리를 했노라는 응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4일 속리산 법주사 매표소 명칭 변경 행사에 내빈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문화재관람료는 1970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통합 징수되다가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이후에도 사찰 측이 문화재관람료를 별도 징수하면서 방문자들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 온 사안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국 국립공원의 문화재관람료 감면이 시행되긴 했지만 속리산의 경우 문화재관람료에 거부감을 가진 등산객과 탐방객들이 속리산 방문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등산객들은 돈을 내는 법주사 지구를 피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경북 상주 화북지구로 속리산 문장대를 오르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속리산은 전국의 등산객과 탐방객들로부터 멀어지고 덩달아 속리산 법주사 인근 상가의 경기도 시들어가는 걸 피하지 못했다.

과거 속리산은 전국 학생들의 수학여행지와 신혼여행지로 인기가 많았으나 다른 관광지로 손님들을 놓치고 점차 쇠락해져 예전의 영광은 찾아보기 힘든지 오래됐다. 길게 늘어선 상가 들이 서로 비슷한 메뉴와 상품을 취급하며 어렵게 유지하는 중이고 숙박업소들도 사정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속리산 지구가 이처럼 가라앉은 이유가 반드시 문화재관람료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주요 원인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문화재청 차장이 4일 법주사 매표소 명칭 변경 행사에서 "오늘을 시작으로 문화재관람료 징수로 인한 국민 갈등이 해소되고, 나아가 불교문화유산 관람 기회 확대로 인한 방문객 증가가 지역경제 활성화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속세와 산이 멀리 떨어졌던 속리산이 한층 가까워지고 속리산과 보은 지역의 경제도 속리산처럼 높이 부흥하길 기대한다.

***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아무튼 속리산과 전국의 우리 산하를 사랑해 마지않는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 갈 때마다 겪어야 했던 갈등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지방지정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부여 고란사, 남해 보리암, 영주 희방사 등 전국 5개 사찰은 예외다.

가까이 지내는 지인 중에 독실한 불교 신자가 있다. 신심이 깊어 마음공부도 열심히 하여 포교사 신분이기도 한데 10년 간 매일 108배를 목표로 실행 중이다. 윤달을 계산하여 3천654일 가운데 3천200여 일 이어왔으니 앞으로 1년 정도 남았다고 한다. 이 포교사님과 또 다른 선배 한 명과 셋이 백두대간 구간 등반, 한남금북정맥 완주 등 많은 등산과 여행을 하는 도중에도 108배를 실천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 도중에도 멈추지 않았고, 금강길 걸을 때나 제주도 일주 도보 종주 때도 108배가 우선이었다. 그 경건한 신심을 진심 존경한다. 그런데 이 포교사님과 내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부딪힌 게 법주사 입장료(문화재관람료) 문제였다. 이제 정리가 됐다. 속리산 더 자주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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