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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최근의 대한축구협회 태도에 정이 뚝 떨어진다. 앞으로는 축구 국가대표 경기에도 예전과 달리 시큰둥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예감이 든다. 그간 감춰졌던 축구협회의 복마전이 까발려질 때마다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저런 경기단체가 있단 말인가, 아니면 체육계의 일반적 현상인가 궁금하다.

***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의혹투성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5개월 동안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겠다며 시간 끌다가 기습적으로 홍명보 감독 선임을 발표했는데 그 과정이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축구협회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 파벌이 애초부터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지 않기로 정해 놓고 국내파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감독 지망자들에 대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선임 결정을 하지 않더니 전력강화위원장 사퇴, 기술총괄이사에게 권한 위임 등 변칙적 작전이 동원됐다. 최종적으로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의 집을 찾아 일고초려를 연출하며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달라고 설득했고, 홍명보 감독이 수락했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미리 짜인 각본대로 그럭저럭 모양새를 갖추기는 했으나 곳곳에 그냥 넘길 수 없는 의혹들이 드러났다. 특정 파벌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감독 선임 논의 초기의 빌드 업 단계부터 골인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분 전술을 구사한 혐의점도 묵과할 수 없게 됐다. 전력강화위원으로 참여했던 박주호 위원의 폭로에 이어 축구계 전반의 불만이 폭발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가대표 출신의 이영표, 박지성, 이천수, 이동국, 조원희, 김영광 선수도 축구협회를 향한 직언에 동참했다.

정몽규 회장 사퇴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아시안컵 참패,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 탈락, 클린스만 감독 영입 책임을 물어 전부터 제기됐으나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해할 수 없는 절차와 방법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하자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분노가 한계를 넘었다.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자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 착수했다.

이즈음부터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동안 무수한 문제제기와 사퇴요구에도 무얼 믿고 정몽규 회장이 버티는지 의아했는데 그 이유를 찾았다. 팬들의 질책이 무성해도 대한축구협회가 무슨 배짱으로 저토록 변화를 거부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일관했는지 답을 얻은 것이다.

문체부가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감사를 벌이기로 하자 축구협회 내부에서 "협회가 정치적으로 압박을 받으면 FIFA의 제재를 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월드컵 출전을 못할 수 있다"며 협박성 자세로 나왔다. 정부가 축구협회를 잘못 건드리면 월드컵 등 국제대회 출전금지 제재를 받을 수도 있으니 알아서 하란 뜻 아닌가. 축구협회가 이처럼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축구인들의 내부 불만이 누적돼도 무시했고, 축구팬과 국민들이 협회의 변화와 쇄신을 주장해도 막무가내로 버텨온 거라고 본다.

축구협회는 3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공직 유관단체'로 지정돼 있어서 당연히 정부감사 대상에 포함된 단체다. 그럼에도 문체부 감사를 피하려 역공을 가하는 축구협회다. 이런 대응 방식을 보면서 내부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얼마나 많으면 저럴까 하는 합리적 의구심을 갖게 된다.

*** 월드컵 못 나가더라도 철저한 감사를

FIFA 정관은 (회원국의 협회가)'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정치적 개입이 아니라, 축구팬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혹투성이의 축구협회 운영을 감사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월드컵에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축구협회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상응하는 시정조치가 반드시 뒤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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