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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시사평론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민생경제가 휘청거린다. 민생경제의 비상상황은 어느 한 분야에 국한 되거나 한시적인 성격을 넘어 광범위하고 점증적이어서 더욱 문제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의하면 소비자심리지수가가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해 경기침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 늘고, 개업 감소

2023년 한 해에만 폐업을 신청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폐업 신고이며 이로 인해 자영업자 비중이 사상 처음 20% 아래로 떨어졌다. 한 언론사가 상권분석 플랫폼과 함께 국내 영업 매장수를 분석한 결과 줄곧 225만~235만 개를 유지하던 매장 수가 올해 들어 220만 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새 15만 개 매장이 문을 닫은 것이며 코로나 시기인 2021년보다도 5만 개가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폐업은 증가하는데 비해 자영업을 대신할 일자리 부족, 개업 기피 현상이 누적되며 민생경제의 고통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폐업은 언제나 있어 왔고 과거에는 폐업하는 만큼 개업도 생겨났으나 지금은 역대 양상과 달리 개업이 감소하여 다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폐업 자영업자가 해결해야 하는 체납세금, 원상복구비 부담 등이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국세청이 영세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체납액 징수 특례제도를 통해 체납액에 대한 가산금 면제, 분할납부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나 까다로운 요건으로 지난해 승인 건수가 2021년 코로나 시기보다 38.1% 감소한 통계가 나왔다. 체납액 징수 특례제도 승인을 받으려면 폐업한 사업자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거나 취업 후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하는데 이같은 규정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폭증하는 것이다.

폐업은 늘고 개업이 줄면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에 서울 번화가에도 공실이 속출한다. 서울의 대표적 상권인 신촌 마저 절대 다수의 자영업자가 권리금을 포기한 채 문을 닫고 싶어도 폐업비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세종시에 있는 전체 상가의 4분의 1이 공실이어서 오죽하면 세종시가 앞장서 지난 20일 공실 박람회를 열기까지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민생경제 현장에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이사철인 가을임에도 공인중개업소 폐업이 늘어나고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지원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21년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접수자가 약 40만 명이었다가 올해 접수자는 약 21만 5천명으로 3년 전 대비 44%가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공인중개사뿐 아니라 건설업계와 연관 업계 전반으로 불황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이 건설, 임대 사업자에게 빌려 주고 회수하지 못한 돈이 최근 2년 반 동안 급증했는데 건설경기 침체로 특히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주머니 사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식업 경기를 보면, 올해 1~10월 전국 외식업 폐업 건수가 지난해 대비 7,5% 증가한 8만 4천여 곳이며 개업 점포수는 4% 줄어들었다. 2014년 이후 연중 외식업 폐업이 가장 많은 시기가 12월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폐업 기록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대책 없는 정부와 정치권

전통적으로 퇴직자들이 외식업에 뛰어드는 예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젊은 세대의 외식업 자영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해 이들이 폐업의 궁지로 몰리면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 이뿐 아니라 약국, 주유소 등 업종을 불문하고 불황에 신음하며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민생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정부의 각성과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은 비생산적인 정쟁 놀음에 빠져있다. 민생경제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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