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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30 10:51:28
  • 최종수정2023.08.30 10:51:28
8월의 마지막 일요일 상당산성 남문 잔디광장을 찾아갔다. 청주살이 6년차에 두 번째 방문이다.

우리집 세 명과 남편의 친구네 가족 다섯 명, 총 여덟 명이 함께했다. 어른 네 명, 유아 네 명의 행락객은 당초 김수녕양궁장 잔디광장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8월 막바지의 무더위 속에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그래서 도랑도 있고 그늘도 있는 상당산성 남문 잔디광장으로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우리집 세 식구는 잔디광장 좌측의 도랑을 따라 올라 그늘진 곳에 접이식 의자를 펴고 앉았다. 이미 가족단위 행락객 30여 명이 자리를 잡고 늦여름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 좋은 나무그늘 아래 벤치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벤치라고는 잔디광장 입구 쪽 사방이 트인 곳에 몇 개 놓여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남편 친구네 다섯 식구가 도착했다. 작은 텐트를 하나 펴고 돌이 채 되지 않은 쌍둥이를 그 안에 눕혔다. 초등학생이 된 딸 아이는 우리집 아이와 함께 잔디광장을 종횡무진 뛰어 놀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뜀걸음이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초등학생 아이는 잠깐 뛰다가 인상을 쓰며 멈춰섰고, 세 살 아이는 몇 발짝 뛰지도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초등학생 아이에게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물으니 "잔디가 너무 길어서 걷기 힘들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잔디광장을 유심히 살펴봤다. 잔디광장은 제멋대로 자란 잔디와 풀이 뒤엉켜 있었다. 드문드문 잔디 없이 흙바닥이 드러난 곳도 보였다. 쉽게 말해 잔디광장의 잔디는 전혀 관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이들의 발목을 족히 덮을 정도로 자란 잔디는 걷거나 뛰기에 알맞지 않아 보였다. 지난 여름 이 잔디광장을 다녀간 다른 시민도 꽤나 신경쓰였겠구나 싶었다.

관리되지 않은 잔디광장을 보며 뱀과 해충으로 인한 사고도 발생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지역 뉴스에선 벌쏘임과 뱀물림을 주의하라는 소식을 알렸다. 다행히 이날 뱀이나 벌은 보지 못했다.

곧 상당산성의 가을을 즐기려는 시민의 발길이 더 밀려들 테고, 추석을 전후해 고향을 찾은 귀성객도 상당산성을 찾아 청주의 정취를 담아가게 될 것이다. 전혀 관리되지 않은 잔디광장은 '꿀잼청주'를 기대하며 상당산성을 찾은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남기게 될까.

청주시는 거창하고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기 보다, 시민이 쉽게 즐기고 찾는 주변의 쉼터부터 다시 살펴보고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 게 더 빠르고 쉽게 '꿀잼청주'의 초석을 다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 백미진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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