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1.11.30 17:13:53
  • 최종수정2021.11.30 17:13:53

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가을하늘 아래 곱게 뻗어 내린 예술의전당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릴 적 문산관 앞 운동장에 펄럭이던 만국기가 떠오른다. 그 아래 입을 꼭 다물고 땀이 가득한 주먹을 꼭 쥐고 서 있는 어린 내가 보인다. 이어달리기 선수로 뽑혀 네 명이 한 팀을 이루고 누가 첫출발을 하고 누가 마지막 질주를 할 것인가를 정한 후 쿵쿵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출발 선상에서 힘차게 달려오는 친구의 바통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생생하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라고 외치는 함성이 가을 낙엽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다가와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가는 듯하다.

그런데도 수확 후 텅 빈 들판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처럼 가슴 한구석이 시리고 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 년 내내 정성스레 가꾸고 키워 거둬들인 곡식을 차곡차곡 창고에 쟁여 놓았으면 가슴이 뿌듯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 이상한 바이러스와 싸우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닳고 닳은 마음을 누가 헤아려 주기만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서러운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그 감정이 들끓으니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피를 토해내듯 더 빨갛게 보인다. 눈앞이 어질어질하여 두 눈을 꼭 감았다 뜬다.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은 타오르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 가을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그들 중에는 전시실에서 나와 자리한 두 분의 수녀님도 보인다. 수녀님을 보니 얼마 전 '이해인의 말'이란 책에서 읽었던 글귀가 나를 위로한다. "장구한 세월 숱한 발길에 채이던 돌멩이가 닳고 닳아 빛이 난다"라는 글이 가슴에 박힌 상처를 어루만져준다. 이해인 수녀의 어머니께서 수녀님께 보낸 글이다. 강물 따라 걷다 보면 물살에 깎인 둥글둥글한 돌들을 볼 수 있다. 매끄럽고 부드럽기까지 한 돌들은 얼마나 많은 세월을 풍파와 싸우며 견뎌냈을까. 이해인 수녀 어머님의 글은 인생의 경험에서 얻어낸 삶의 진리라는 생각을 하며, 연륜이 묻어나는 삶을 향해 한 발씩 내딛는 발자국도 바르게 몸가짐을 다잡아 본다.

살다 보면 사람들과 선의의 경쟁도 하고 서로 부딪히며 상처도 받고 그 상처가 아물고 또다시 새 살이 돋아나고. 그러한 억척스럽기까지 한 적극적인 자세가 삶의 만족도도 높이는 건 아닐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가 뭐라 하건 내 생각을 말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겉으론 보기엔 순한 양일지 몰라도 나라는 주체가 없는 빈껍데기는 아닐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벌집 같은 머리가 더없이 복잡한 미로를 만들고 있다.

시리도록 높게 뜬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옷을 입고 청군 깃발을 든 응원 대장의 손짓에 환호하는 함성과 그에 질세라 있는 힘을 다해 목청을 높이는 백군 응원 대장과 그 무리가 함께 어깨동무하고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구름은 말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내 맘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너무도 평화로운 모습이다.

네 명이 이어달리기하면서 터득한 것이 있다. 달리기만 잘한다고 해서 일등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주자와 호흡을 맞춰 바통 터치를 잘해야 한다. 무조건 달리다 보면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는데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서로 거리 유지를 하면서 간격을 조절하여 바통을 주고받아야 한다. 출발선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전력 질주하여 달려온 사람을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가면서 바통을 받기도 하고 너무도 힘들어 보일 때는 조금 뒤로 나가서 바통을 받는 것이 하나의 기술이고 배려가 될 수 있다.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라도 이어달리기에서는 일등을 장담할 수 없다. 넷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한 마음으로 같이 할 때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음을 배우게 된다.

오늘도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끊임없이 이어달리기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누가 내 바통을 받아줄까. 흘러가는 구름 따라 내 시선이 예술의전당 용마루에 매달린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