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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평생학습관장

오월은 천지(天地)가 꽃 대궐이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에 최고로 화려한 날은 만국기가 휘날리던 초등학교 운동회 날이었다. 가슴이 콩닥거리던 그날의 기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오월의 어느 작은 행사장을 찾아가도 만국기가 펄럭인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호화로움을 시기라도 하듯 오월의 자연은 어디를 바라봐도 눈이 부시다. 푸름이 짙어가는 속에 여기저기 형형색색 꽃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거리에는 하얀 이팝나무 꽃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이팝나무 꽃들이 소복이 쌓인 길가에 분홍빛 영산홍 꽃들이 활짝 웃고 있다. 심호흡 크게 하니 꽃향기가 가슴 깊숙이 스며들며 온몸이 꽃향기로 채워진다. 향기를 뿜는 분홍색 꽃잔디도 제철을 만난 듯 빵긋 거린다.

오월의 분홍빛은 더없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분홍색에 마음을 뺏기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에게 친구에게 스승에게 핑크로 사랑을 속삭이게 하는 향기로운 계절이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왜 핑크빛으로 물든다고 표현할까· 분홍색이 어떤 매력을 갖고 있을까.

분홍색의 어원이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pink가 패랭이꽃 속의 총칭(패랭이꽃, 석죽, 카네이션 등)이라 설명되어 있다. 패랭이꽃은 원산지가 한국과 중국으로 표기가 되어있고 한국에서는 대오리로 얽어 만든 갓의 하나를 이르던 원뿔형 모자인 패랭이를 뒤집어 놓은 모양과 흡사하여 패랭이꽃이라 명명하였다고 설명되어 있다. 분홍색이 갖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내게 핑크는 따뜻한 어머니 마음이다.

이팝나무 꽃이 살포시 떨어져 있는 진분홍 꽃들을 보며 생각나는 것은 오늘은 무슨 반찬일까 설레며 살며시 열었던 도시락이다. 하얀 쌀밥 위에 계란을 입힌 동그란 분홍빛 소시지가 보일 때마다 느꼈던 감동을 무엇으로 설명할까. 거의 매일 도시락 반찬은 마늘종 장아찌, 무장아찌 무침, 볶은 김치였다. 가끔씩 별미로 분홍 소시지를 만날 때마다 도시락을 활짝 펴놓고 먹었던 기억이 따스한 어머니 품속을 생각나게 한다. 그렇게 분홍빛은 따뜻한 사랑을 말하는가 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오월은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고 싶은 추억이란 선물이 가득한 가슴 벅찬 울림의 계절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핑크빛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다. 화려하지 않아도 설렘을 주는 연분홍이 되고 싶다. 훤히 드러내 보이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살며시 감싸안는 말을 하며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를 향해 연분홍 마음을 꺼내, 말 한마디와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마음을 선물하고 싶은 오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내 삶을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그중 가장 훌륭한 스승은 변함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 그 이름이 오늘도 내 마음을 연분홍으로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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