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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여느 해 보다도 가을 단풍이 예쁘다. 산과 들로 마음 놓고 다니지 못하는 아쉬움을 위로해주려는 걸까. 예술의전당 주변에는 나뭇잎들이 더없이 빨갛고 노란색으로 수를 놓는다.

며칠 전부터 찾아온 몸살로 고열과 함께 몸이 욱신욱신 아팠다. 친구가 그런 나를 몸보신해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가을빛 맞으며 맛난 산채 음식을 먹으면 나을 거란다. 친구 손에 이끌려 찾은 식당에 앉으니 20여 가지가 넘는 이름 모를 반찬이 인사를 건넨다. 어서 먹고 기운을 차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어느 것은 달콤하고 어느 것은 아삭 소리를 낸다. 또 어느 것은 새콤하고 또 다른 것은 짭짤하기도 하다. 주인장이 이름과 효능을 알려주며 반찬을 내주었어도 금세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래도 색달랐는지 민들레와 멧미나리 샐러드, 색깔도 고왔던 꾸지뽕 절임은 아직도 입안에 머물고 있다. 각각이 제 맛과 향을 내면서 몸에 엔도르핀이 도니 아픔도 사라진 듯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몸에 좋은 맛 난 음식을 많이 차려놔도 와서 먹어줄 사람이 없다면 주인장은 신명 나지 않았으리라. 온갖 정성을 쏟아 정성스레 차려놓은 음식을 많은 사람이 찾아와 먹어주길 빌었겠지. 친구와 함께했던 식당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바빴지만, 주인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신바람 나게 했으리라. 그리고 주인장의 정성 가득한 음식과 신명 난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쏟아부었으리라. 긍정의 에너지가 상호 교류를 하니 그보다 좋은 보약이 어디 있을까.

예술의전당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날마다 다른 리듬과 소리가 사람들 가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느 날은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피아노의 웅장한 멜로디가 온몸을 적시고 또 어느 날은 한겨울 소복소복 쌓이는 함박눈처럼 포근한 노랫소리가 가슴을 따스하게 한다. 오늘도 대공연장에서는 바이올린 선율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소공연장에서는 쿵 더덕 쿵 우리 가락이 몸을 들썩이게 한다. 그리고 전시실에서는 멋들어진 글씨와 그림이 심신을 정갈하게 한다. 광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웃음소리는 무거운 내 마음을 가볍게 한다. 조용했던 이곳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니 흥이 절로 난다.

예술의전당이라는 큰 밥상은 매일매일 다른 리듬과 멜로디와 화려하고 소박한 그림과 정갈한 서체들이 장식한다. 리듬과 멜로디에 맞는 많은 악기가 차려지고 춤에 맞는 화려한 의상들이 꽃을 피운다. 그리고 묵향과 함께 다양한 색채들이 구수한 숭늉처럼 목을 적시며 곁들여진다. 가끔은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위치를 알려주듯 다양한 표정과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가슴을 뭉클하게도 하고 벅차게도 한다. 어느 식당보다도 많은 수십 가지의 찬거리가 밥상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아픈 몸이 맛난 음식으로 개운해지고 힘이나 듯. 예술의전당이라는 밥상에 차려놓은 맛과 향, 정감 있고 품격 있는 음식은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살찌우리라. 이 건강한 밥상을 많은 사람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곳보다 소문난 맛집이 어디 있으랴. 몸과 마음을 이롭게 하고 삶을 충전시키는 보약을 지어주는 곳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오늘도 정갈하고 품격 있는 밥상 한 상 차려놓고 관객 맞이할 준비를 한다. 예술의전당 마당에 피어 있는 꽃들과 입맞춤하는 할머니의 감성과 정문 옆 철당간 앞에서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어머니의 정성이 내게 긍정의 에너지로 다가온다. 옷매무새를 고치고 심신을 정갈히 하고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야지.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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