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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29 17:52:39
  • 최종수정2018.05.29 17:52:39

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얼마 전 인터넷 기사에서 '아침밥 주는 아파트'라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맞벌이 가정과 욜로족이 점점 늘어가는 추세가 반영한 사회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여행할 때 느끼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나를 위해 누군가 근사하게 차려놓은 아침식사를 하는 일이 아닐까· 가족을 위해 늘 도맡아 했던 일상적인 일들에서 해방되었다는 홀가분함도 있겠지만, 자신을 위해 차려진 음식들이 "나도 대접받고 있구나"라고 느껴지며 "자존감"이 높아지는 충만함은 아닐까?

현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고민 중 하나가 '끼니 문제'일 거다. 그런 고민 중 하나인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아파트라면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사를 접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학교급식이 이루어지지 않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 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돌봐 줄 어른이 집에 계시지 않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난감했었던 기억이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겨울방학에는 차려놓은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먹을 수 있지만, 여름방학에는 '혹시나 식탁에 차려놓고 오면 상하지나 않을까'하며 노심초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밥을 사 먹도록 용돈을 주고 싶지만 행여, 돈을 갖고 다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집 주변에 있는 식당을 정해놓고 점심 식사를 하게 했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매일 바뀔 수 있으니 장부에 먹은 것을 적어놓게 했다. 그렇게 장부를 달고 먹게 한일이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릇된 경제개념을 심어준다고 질타를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가끔, 장부 달아 놓고 밥을 먹게 했던 엄마의 기발한 생각이 놀랍다고만 한다. 밥을 먹는다는 것, 한 끼 식사를 한다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하나인,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말도 먹는 것에 의미를 말해주지 않는가!

이제 아이들도 자라서 20대를 훌쩍 넘어섰다. 그래도 여전히, 후배 여직원들을 보면 아이들의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아이를 돌봐 줄 친정어머니, 시어머니와 같이 사는 직원들은 그나마 걱정이 덜하지만 그래도 고민거리이다. '장부를 달아놓고 밥을 먹게 하는 일은 결코 나만 겪었던 일은 아니었겠지? 맞벌이 주부들은 요즘도 식당에 장부를 달아놓고 밥을 먹게 하고 있겠지?'라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 온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율도 저조하여 인구가 감소하는 문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의 큰 이슈다. 맘 놓고 낳아 기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이 필요한 시기에 '아침밥을 주는 아파트'는 내게 너무도 반갑고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즈음 어머니들은 손자 손녀를 돌보기 싫다고 말씀하신다. 자식 키우느라 힘들었는데 손주 보느라 등허리 못 펴고 살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게다. 노후는 여유 있게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시대에 따라 삶의 가치관도 행복의 척도도 달라지니 당연한 변화일 것이다. 이렇듯 삶의 문화는 진화하고 다양화되고 있다. 비혼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저조하여 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문제는 늘 이슈로 대두되지만 정작, 아이를 맘 놓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은 언제 조성될까? '아침을 주는 아파트'가 늘어나는데, 엄마는 방학이면 아이들의 끼니를 걱정하고 있다.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걱정 없는 세상을 그려보는 5월, 가정의 달! 구호에 그치지 않는, 엄마도 가족도 맘 편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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