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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짙푸른 초록의 향긋함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어릴 적 이맘때면 친구들과 토끼풀 꽃을 갖고 놀았었다. 변치 말자, 꼭꼭 서로의 우정을 약속하며 끼워주던 꽃반지. 예쁜 꽃시계도 만들어 서로의 손목에 채워주고 거기에 맞는 우아한 목걸이도 걸어주던 추억이, 향기가 되어 가슴속 깊이 파고든다. 그리움만큼 진한 향기가 또 있을까. 그리운 소꿉친구 향기에 취하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발소리에 눈을 떠보니 멋스럽게 치장한 하얀 푸들이 옆에 서서 도도한 코를 킁킁거리고 있다. 함께한 주인의 외모와 어쩜 그리 닮았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 우리 집 막내 가을이도 늠름함을 뽐내며 신나게 밖에서 뛰어놀면 좋을 텐데. 집안에만 갇혀, 며칠 동안 축 늘어져 시무룩하니 밥도 안 먹고 투정 부리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진다. 부쩍 살도 빠져 보이니 그냥 두었다간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 서둘러 가을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엔 들어가자마자 졸졸 따라다니더니 힘이 없는지 쳐다보는 둥 마는 둥 시큰둥하다. 얼른 사과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찌 알았을까. 녀석은 코를 벌름거리며 빨리 달라고 웅 웅 거리며 재촉한다. 한 번 먹어보고 제 입맛에 딱 맞았는지 빨간 사과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먹기 좋게 썰어 준 사과 하나를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운다.

가을이가 그렇듯이 요즘 나도 좋아하는 향기가 있다. 이른 아침 빵가게 앞을 지날 때면 아침밥을 거른 배를 꼬르륵거리게 만드는 빵 굽는 내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조용히 보슬비가 내리는 날 은은히 풍겨오는 커피 향이다. 비 내리는 날. 유리창에 흘러내린 빗방울들의 연주 소리에 맞춰 손가락 튕기며, 하루 종일 커피숍에 앉아 노는 일은 더없이 즐겁다. 넓은 유리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빼 놀 수 없는 즐거움이다. 다양한 표정과 걸음걸이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향기를 느낀다. 바삐 뛰어가는 사람.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람.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 작은 우산 속에서 어깨동무하고 가는 사람. 비를 맞으며 우산으로 장난하는 개구쟁이에게서도 풋풋한 향기가 느껴진다. 다양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삶의 고단함과 편암함도 엿본다. 사람에게는 각자 살아가는 삶의 향기가 녹아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 관람한 "기생충"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냄새"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와 전개되는 사건이 소름 돋게 했다. 냄새와 향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를 진중히 생각해 보았다. 사람마다 얼굴도 다르고 손과 발의 생김새도 다르듯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도 다를 텐데. 나는 타인에게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있을까. 아니, 영화에서 말하듯 냄새일까·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은 같은 듯해도 분명 다름이 있다. 내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어 꽂힌다면... 생각만 해도 무섭다. 영화에서 "무슨 냄새야"가 아닌 "무슨 향기일까"라고 말했다면 어떤 상황으로 전개되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말의 위력이 대단함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처럼 익히 잘 알고 있다. 어릴 적 선생님이 던져준 칭찬 한마디로 싹을 틔웠다는 대성한 문학가와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말이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코를 막는 좋지 않은 냄새로 전해질 것인지. 아니면 상큼하고 달콤한 향기로움으로 전해져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그리움으로 남을 것인지. 멀리 보이는 우암산 산기슭에서 녹색의 싱그러움과 청아한 새소리가 전해주는 부드러운 하모니를 한 방울 떨어뜨린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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