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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팀장·수필가

연일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도로도 폭염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용틀임을 하는 듯하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창문을 꼭 닫고 출근길에 나선다. 3차 우회도로로 들어서서 창문을 내리니, 함초롬히 피어있는 한 무더기의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온다. 꽃잎을 오므리고 오밀조밀 모여있는 꽃들이 전해주는 옛사랑의 향기에 어느새 노래를 흥얼거린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 피어~."달맞이꽃의 애달픈 노랫말이 맴맴 돌며,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 짝사랑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대상도 다양하겠지· 초등학교 때 개구쟁이 짝꿍.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멋쟁이 선생님. 시험기간 때마다 도서관 자리를 잡아주던 복학생 선배. 짝사랑에 대한 추억을 꼬깃꼬깃 마음 한 구석에 깊이 묻어두고 인생이 고달플 때마다 꺼내보는 맛!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얼마 전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아빠와 함께하는 도서관 원정대 1박 2일"독서캠프가 있었다. 아빠와 손을 꼭 잡고 도서관을 들어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설렘과 걱정이 묻어 있었다. 늘 엄마와 함께였던 집을 떠나, 아빠와 단둘이 있어야 하는 도서관에서의 하룻밤은 가슴을 콩콩 두근거리게 할 만도 했겠지. 도서관이 "무슨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이들의 표정. 마치 꽃잎을 오므리고 곱게 피어있던 달맞이꽃처럼 보였다. 입장이 같은 아빠들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참가한 사람들은, 자기소개를 하고 게임을 즐기며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는 금세 사라졌다. 행사 미션 중 하나인 아빠와 아이가 마주 앉아, 아빠의 발을 씻기고 닦아줄 때. 아빠들의 표정은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들킨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갓난아이의 앙증맞았던 작은 손이 어느새 자라, 꼬물꼬물 아빠의 발을 씻겨주니 그 마음이 얼마나 벅차고 감동이었까! 촛불의식에서 딸에게 무릎을 꿇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한 아빠. 아빠에게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이답지 않게 의젓한 딸. 주말부부라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 자신들을 위해 밤늦게까지 항상 바쁜 아빠들을 위로하는 아이들.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읽고 눈물 흘리는 아빠의 모습. 그 모습들을 바라보니, 지나간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하고 뭉클해지며 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처음 옹알이를 하고 "엄마~"라고 말했을 때.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도 한 발, 두 발 걸음마를 했을 때. 혼자 숟가락질로 밥을 먹기 시작했을 때. 연필을 잡고 이름 세자를 삐뚤빼뚤 썼을 때. "엄마 생일 축하해요"라고 카드를 보내왔을 때. 아이들이 성장하며 주었던 기쁘고 감사했던 많은 일들.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게 함께 있어주기만 해도 행복한 것을. "이래라저래라"하며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의 웃음을 잃게 했었던 건 아니었었는지. 이제 성인이 되어 제 갈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아이들. 언젠가 아빠, 엄마가 되면 내 마음도 이해해 주려나·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한결같음을 다시 느껴보는 날이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도서관을 누비며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편지지에 가득 채웠던 행복한 순간들. 그 멋진 순간을 사진에 담아 압화 액자를 만들었던 소중한 추억들. 텐트 속에서 주고받은 밀어들은 평생 살아가는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가 되어주겠지· 아빠도 아이도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되새김질할 도서관에서의 하룻밤! 인생길에 감로수이길 바란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빠와 아이의 얼굴은, 달빛 아래 활짝 핀 달맞이꽃처럼 환하게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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