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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푸름이 더해가는 오월이다. 기념일이 넘쳐나는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비롯한 챙겨야 하는 날들이 달력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 있는 얇아진 지갑을 만지작거려본다. 기념일을 챙기느라 지갑은 얇아졌을지라도 마음은 풍요롭다.

뜻깊지 않은 날이 어디 있을까 마는.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첫 발을 디딘 날이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날이다. 어느 누구도 기억하고 알아주지는 않는 오월의 어느 날. 멋진 카페에 앉아, 조용히 그날을 추억하며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본다. 어릴 적 가슴에 품고 몇 번이고 다시 읽었던 심훈의 상록수. 그 책의 남자 주인공과 같은 사람을 만나 여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아가길 기도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 때문일까. 나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각오가 나를 무장시켰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어릴 적, 그 책을 읽고 그토록 주인공을 닮고 싶어 했을까· 상록수를 포함한 몇 권의 책.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 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책들. 세월이 흐른 탓인지 책 내용도 가물가물하건만.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다. 아직도 독일의 뮌헨 거리를 활보하고 싶은 꿈을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같은 책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고 생각이 성장함에 따라 다른 의미,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김경집 교수의 '다시 읽은 고전'에 대한 내용이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아아. 그렇구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그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장을 넘기며 '왜 그래야만 했을까· 또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해내는 한숨소리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세월이 흐르면서 삶에 대한 자세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닐지라도 살아가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묵묵히 많은 이들에게 이로움을 주고자 하였던 책 속 주인공의 변하지 않는 상록수와 같은 숭고한 삶은.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나에게 또 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어느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본받고자 하는 삶의 스승이 있지 않을까. 그 스승은 부모님일 수도 있고, 학창 시절 은사님일 수도 있고, 한순간 확 꽂혀버린 한 권의 책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정신세계를 이끌어준 책을 다시 읽고 달라진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막연한 하루가 아닌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가게 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제 퇴직 후의 삶을 그려본다. 많은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울 날이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다.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하는 많은 기념일.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날은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답들이 나올까· 결혼기념일, 아이를 품에 안던 날, 학교에 입학하던 날, 회사에 첫 출근하던 날, 처녀작을 발표하던 날 등등. 내가 주인공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닌 가족 중의 다른 사람이 주인공일 수도 있겠지.

지금의 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한 권의 책이 준 영양분도 무시할 수 없지 않을까. 나만의 기념일인 오월의 어느 날에, 나를 성장시킨 책을 다시 읽어보는 여유로 내 삶을 충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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