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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울긋불긋한 산천이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는가? 산과 들은 들썩들썩한 마음을 달래려고 나온 나들이객들로 넘친다. 터질 듯 붉은 빛깔에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자연에 물든 홍조는 갓난아기의 방긋방긋 웃는 얼굴같이 순수함이 뚝뚝 떨어진다. 그 무리 속에 섞여 산행을 한다.

 굽이굽이 걷는 길 따라 펼쳐지는 형형색색 단풍.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 얼마나 걸었을까? 쭉쭉 뻗은 소나무 아래 한 무리 사람들이 준비해온 김밥을 먹고 있다. 김밥 가운데 꽉 찬 소들이 오색단풍처럼 곱디 곱다. 절정을 이룬 단풍을 삼키려는 듯 먹음직스럽게 꽉 찬 김밥을 한입에 쏙 넣는다. 옆 사람과 연신 말을 주고받는 모습은 소풍 온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겁다.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걸어야 했던 문경새재. 그 옛날 이 고갯길을 걸었던 선비의 마음은 어땠을까? 멋진 경치에 매료돼 고개를 넘지 않고 눌러앉아 세월을 노래하며 살다 간 사람도 있겠지? 붉은 태양을 삼킨 것처럼 검붉게 오른 단풍. 새색시 수줍은 미소같이 알록달록 물든 형언하기조차 힘든 색깔의 나뭇잎들. 푸르른 솔잎들과 조화를 이루며 내 마음을 수놓는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입에서는 "아! 좋다. 멋지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온다. 파란 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드높은 하늘에 가슴을 적셔 달랜다.

 흐르는 시간을 누가 붙잡을 수 있을까? 이 멋진 풍경이 영원하다면 이처럼 감탄사를 연발하지는 않겠지.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오늘의 선물을 오래도록 가슴속에 묻어 둬야지 하는 마음이다. 노란 은행잎도 붉은 단풍도 파란 하늘도 가슴속에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독야청청 푸른 솔잎도 묻어 둔다. 계곡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양념으로 쟁여 놓는다. 곡식을 거둬들인 농부처럼, 김장을 끝낸 엄마처럼. 월동준비를 끝낸 듯 마음이 풍요롭다.

 살다 보면 마음이 허할 때가 있다. 마음이 고프면 이 가을, 묻어 둔 재료들을 하나씩 꺼내 버무려야지. 입맛 없을 때 고소한 겉절이가 군침을 돌게 하듯이. 가을을 버무려 메마른 삶에 윤활유가 되게 해보리라. 묵은지 맛도 일품이니, 가슴 한쪽엔 올 가을을 잘 버무려 차곡차곡 마음이란 저장고에 담아둬야지. 훗날 맛있게 익어 갈 때 살포시 꺼내, 추억이란 이름으로 올 2018년 가을을 맛보리라. 어떤 맛일까? 가슴이 벌써 설렌다. 변함없이 주기만 하는 자연의 선물들. 나는 과연 무엇으로 보답하고 있을까?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내게 무한정 베풀어 주길 바라기만 하고 있다. 가을을 맛있게 버무려 먹을 생각만 한다.

 자연처럼 내게 끊임없이 주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가 없이 무한정 베푸는 사람들. 내 어머니가 그렇고 내 형제자매가 그렇다. 그리고 나를 걱정해주는 동료들이 그렇다. 가을 단풍을 멋지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늘 곁에서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그들의 온정이 있어서다.

 버릇처럼 늘 받기만 하고 베풀지 못하고 살아가는 삶! "언젠간 보답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다가는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고 나서 후회할 듯하다. 영원불멸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살았다. 시간의 찰나. 가을의 단풍이 말해주듯, 이 시기가 지나면 낙엽이 되는 이치리라. 더 늦기 전에 함지박 한가득 가을을 버무려 고소한 맛을 전해야지. 살맛나는 세상이 이런 거겠지. 정을 나누고 사는 즐거움. 가을을 버무린 겉절이로 한 상 차려야지. 가슴 깊이 담아온 계곡의 물소리도 은은하게 들려줘야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함께여서 좋은 사람들과 가을을 버무려 맛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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