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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오송도서관 운영팀장·수필가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가슴은 두근거렸다. 어머니가 선물로 무얼 주실까· 설렘으로 손꼽아 기다렸다. 하얀 쌀밥에 소고기미역국. 평소와 다른 반찬으로 생일상을 받는 하루는 나 자신이 우월한 존재로 느껴졌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날이었다. 내 맘을 어찌 알았는지. 내가 갖고 싶었던 선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매일매일 내 생일이길 바랐던 동심의 시절이었다.

올해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자료에 의하면 국내외 여기저기서 뿔뿔이 흩어져 독립운동을 하던 조직을 통합하여 상해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1919년 4월 11일. 어릴 때부터 들어온 독립운동에 대한 많은 이야기. 오직 나라를 위해 머나먼 이국땅에서 목숨을 내놓고 독립운동을 했던 성지. 그곳을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었다. 상해에 머무는 외손녀가 보고 싶다는 어머니를 핑계로 여행길에 올랐다.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한 마음은 언제나 들뜨고 두근거린다.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길에 딸아이가 "저기예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돌렸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날을 기약했다. 사전에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저 나라를 잃었을 때 독립운동을 하던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곳을 방문한다니 맞선을 보던 날처럼 가슴은 방망이질했다.

다음날 임시정부청사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말끔한 거리, 이국적인 즐비한 상가, 세련된 고층 건물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지나, 긴 행렬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무슨 관람객인가 물어봤더니, "중공 일대 회지"란 다. 중국의 제1회 공산당 대회가 열린 그 건물이 있는 거리는 차량을 통제하고 공안이 엄호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바로 근거리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는 안내를 받지 않으면 찾기조차 힘들었다. 중공 일대 회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사람들이 사는 골목길을 통해 들어간 그곳. 독립 성지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나 자신의 영화도 아니고 가정의 행복도 아니고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사투를 벌인 이곳. 100년의 세월을 보냈건만. 너무도 작고 초라한 이곳. 지금에서야 찾아온 내가 꼭 죄인인 양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벽에 걸린 애국지사들의 사진을 보니 가슴 밑바닥에서 뜨거움이 밀려왔다. 이국땅에 몸을 숨기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이곳을 다녀가고 후원한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표지판이 보였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이야 어찌 됐든. 나와 가족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내 삶의 그림자는,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모든 걸 버린 분들 앞에서 용서를 빌었다.

상해 임시정부청사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 한 명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중공 일대 회지 앞의 광경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머나먼 이국땅에 위치했으니 그러려니 생각하려 해도 고개가 저어진다. 독립기념관을 방문했어도 그런 긴 행렬은 본 적이 없다. 드물긴 해도 끊이지 않고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젊은 사람이 찾고 있다는 것에 조금의 위안으로 삼고 발길을 돌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맞는 4월 11일. 말로만 요란을 피울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정성껏 차려 주셨던 생일상은 아니지만, 예쁜 장미꽃 한 송이를 꽂아야겠다. 상해를 방문했던 그 날. 그 순간 느꼈던 뜨거운 마음으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며 살아가야지. 얼마 전 읽었던 독립군 소녀 해주가 뚜벅뚜벅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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