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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06 16:50:57
  • 최종수정2021.07.06 16:50:57

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 좋으련만 집에만 있어야 하니 참 갑갑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밖을 나가도 입을 막은 마스크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를 순간순간 느끼며 한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물을 자주 주는데도 잎이 윤기를 잃고 시름시름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듯 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는 고무나무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생각해보니 몇 해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았다. 작은 화분에서 뿌리도 제대로 못 펴고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발버둥을 쳐서라도 화분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화원에서 분갈이해 온 나무는 지금의 내 신세처럼 답답할 정도로 잎들이 빼곡하다. 화분 중심에 자리 잡은 본체 옆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 처지도 안쓰럽기만 하다. 공간에 갇혀 있는 갑갑함을 달래도 보고 내친김에 큰 화분과 분갈이 흙도 구입하기 위해 화원으로 향했다.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를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중심을 잡아주니 늠름해 보인다. 어머니 품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분가를 하고 홀로서기를 한 모습처럼 대견하다. 본체는 뿌리가 굵은지 화분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이리저리 돌리기를 여러 번 한 끝에 빼낸 나무는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분갈이하면서도 플라스틱 화분을 제거하지 않고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졌던 원래의 모습 그대로 심어져 있었다. 뿌리가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태였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뿌리를 쭉 펴고 싶어도 거주 공간만 큰 곳으로 옮겼지 정작 작은 플라스틱에 그대로 갇혀 있었던 셈이다. 화원 주인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텐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하기 편 하려고 그런 것일까. 아니면 깜빡 실 수를 한 것이었을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플라스틱 화분을 잘라 제거하고 뿌리를 정리하고 다시 화분에 자리를 잡아줬다. 이제야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옆에서 더부살이한 나무는 뿌리도 길고 굵직하게 잘 자랐건 만 원래의 주인인 본체는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셈이다.

나무 분갈이를 하며 나무의 생도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삶과 매우 흡사함을 느꼈다. 제 때 영양분도 주고 살아가는 공간도 옮겨주면서 정을 주어야지만 나무도 잘 자라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것이다. 한번 심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한다면 화분의 자양분을 다 흡수한 후 더 이상의 영양분이 없으면 아무리 물을 주고 햇볕을 받는다 해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누런 떡잎이 되어 앓고 있지 않던가. 성장 속도에 맞춰 옷도 갈아입히고 애정을 주며 눈 맞춤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튼실하게 자라남을 배운다.

분갈이를 하며 부모님의 곁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둥지를 튼 그때가 생각난다.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지 어떻게 어울리고 적응해야 하는지 걱정만 앞서 밤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그 시절. 이제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부모라는 이름의 기둥이 되어 있는 내 모습. 그리고 그동안 여러 번의 분갈이를 통하여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간다. 이제는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를 잉태할 수 있는 어엿한 중심이 될 기둥의 나무로 자란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다가올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뿌리 깊은 나무로 튼실하게 자리 잡고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살아가길 빌어본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느끼며 그 사랑으로 분갈이를 계속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실어본다.

사랑스러운 아들, 딸아! 부모의 품인 작은 화분에서 세상이란 큰 화분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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