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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 좋으련만 집에만 있어야 하니 참 갑갑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밖을 나가도 입을 막은 마스크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를 순간순간 느끼며 한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물을 자주 주는데도 잎이 윤기를 잃고 시름시름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듯 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는 고무나무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생각해보니 몇 해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았다. 작은 화분에서 뿌리도 제대로 못 펴고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발버둥을 쳐서라도 화분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화원에서 분갈이해 온 나무는 지금의 내 신세처럼 답답할 정도로 잎들이 빼곡하다. 화분 중심에 자리 잡은 본체 옆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 처지도 안쓰럽기만 하다. 공간에 갇혀 있는 갑갑함을 달래도 보고 내친김에 큰 화분과 분갈이 흙도 구입하기 위해 화원으로 향했다.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를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중심을 잡아주니 늠름해 보인다. 어머니 품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분가를 하고 홀로서기를 한 모습처럼 대견하다. 본체는 뿌리가 굵은지 화분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이리저리 돌리기를 여러 번 한 끝에 빼낸 나무는 참으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분갈이하면서도 플라스틱 화분을 제거하지 않고 작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졌던 원래의 모습 그대로 심어져 있었다. 뿌리가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태였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뿌리를 쭉 펴고 싶어도 거주 공간만 큰 곳으로 옮겼지 정작 작은 플라스틱에 그대로 갇혀 있었던 셈이다. 화원 주인은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텐데 어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하기 편 하려고 그런 것일까. 아니면 깜빡 실 수를 한 것이었을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플라스틱 화분을 잘라 제거하고 뿌리를 정리하고 다시 화분에 자리를 잡아줬다. 이제야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옆에서 더부살이한 나무는 뿌리도 길고 굵직하게 잘 자랐건 만 원래의 주인인 본체는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던 셈이다.

나무 분갈이를 하며 나무의 생도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 삶과 매우 흡사함을 느꼈다. 제 때 영양분도 주고 살아가는 공간도 옮겨주면서 정을 주어야지만 나무도 잘 자라고 꽃도 피고 열매도 맺을 것이다. 한번 심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한다면 화분의 자양분을 다 흡수한 후 더 이상의 영양분이 없으면 아무리 물을 주고 햇볕을 받는다 해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누런 떡잎이 되어 앓고 있지 않던가. 성장 속도에 맞춰 옷도 갈아입히고 애정을 주며 눈 맞춤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튼실하게 자라남을 배운다.

분갈이를 하며 부모님의 곁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이 둥지를 튼 그때가 생각난다.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지 어떻게 어울리고 적응해야 하는지 걱정만 앞서 밤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던 그 시절. 이제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부모라는 이름의 기둥이 되어 있는 내 모습. 그리고 그동안 여러 번의 분갈이를 통하여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간다. 이제는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를 잉태할 수 있는 어엿한 중심이 될 기둥의 나무로 자란 아이들이 대견스럽다.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다가올 수많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뿌리 깊은 나무로 튼실하게 자리 잡고 세상을 향해 꿋꿋하게 살아가길 빌어본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이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고 느끼며 그 사랑으로 분갈이를 계속해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실어본다.

사랑스러운 아들, 딸아! 부모의 품인 작은 화분에서 세상이란 큰 화분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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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