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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겨울비가 축축이 내리던 날. 초등학교 단짝 친구에게 카카오톡이 날아왔다.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전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알았는지 대청호에 잠든 고향이 그립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어린 시절 함께 자란 동네에 얽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도 행복했다. 하루빨리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은데 코로나 19 세상은 그리 순순히 허락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소식을 듣지 못했었는데 그동안 병마와 싸워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다.

내가 그렇듯 대부분 사람은 카톡 프로필로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 마음을 적어놓고 현 상황과 가장 밀접한 따끈따끈한 사진을 올려놓는다. 친구의 일상을 살짝 엿보려고 카톡에 올려놓은 사진을 열어봤다. 세상의 이치를 알아갈 나이에 가까워져 가는데도 어릴 적 같이 놀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옅은 미소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난다. 일일이 전화를 하지 않아도 보고픈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나 카톡을 뒤적여 보면 알 듯하다. 모두 행복한 모습들이다. 마음속에 새겨 둬야 할 글들도 많다. 책을 읽는 즐거움도 크지만, 타인이 적어 놓은 글귀들을 읽는 동안 절로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가 나온다. 모두가 명언이 아닐 수가 없다. 그중 정말로 와 닿는 사진 한 장이 눈을 가득 채웠다. "삶을 풀어보니 사람이 되고, 사람을 합쳐보니 삶이 되네" 한순간 멍해졌다. 이렇게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글자였구나.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생이 "삶"이라는 것. "삶"을 노래한 시와 철학자의 명언들이 스쳐 지나간다.

사람과 사람이 가꿔 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 그동안 학습한 것들로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님에도 한글이 그렇게 깊은 의미가 있음에 새삼 가슴이 벅찼다. 글을 쓰면서 너무도 어휘력이 부족하여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국어사전을 놓고 읽어 나가리라 생각을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 다닐 때 영어사전을 펴놓고 밑줄 치고 달달 외우려고 해 봤는데 국어사전을 펴놓고 그렇게 해본 기억은 없으니 매번 사용하는 단어만을 구사하고 있다. 길을 가다가도 간판에 적힌 글자가 한글인지 아니면 외래어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무슨 의미인지 사전을 펴보면 우리 한글이고 어느 지역 방언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으리라. 제주도 사투리로 인사를 건네는 해설사의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던 광경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외국에 여행을 간 느낌으로 전해져 왔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의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고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온 것은 그 뿌리가 다름을 말해주는 것이리라. 지금이야 통신망이 발달하고 남녀노소 거의 다, 손에 핸드폰을 갖고 있으니 획일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지만. 전국 사투리대회라든가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 만나는 지역의 특성을 꼬집어 구사하는 사투리를 들어보면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평안도와 함경도 사투리 맛과 경상도와 전라도 언어의 맛 그리고 충청도 구수한 숭늉과 같은 제각각의 맛들이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감성은 지리적인 위치에 문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언어로 표현하는 그 지역 고유의 문화적 색깔은 아닐까.

사물을 보고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의 차이가 있듯 사람이 표현하는 언어에서도 그 사람의 인성을 느낄 수 있으리라. 단어 하나하나가 전해주는 의미를 곰곰 생각하며 "삶"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듯.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동안 내 삶이 어떻게 기록될지를 그려본다.

산다는 것은 나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따듯한 가슴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을 풀어내는 일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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