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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02 17:07:40
  • 최종수정2021.03.02 17:07:40

김경숙

청주시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고개를 삐죽 내민 파란 새싹들 모습이 아가의 여리디여린 살갗처럼 보드랍다. 정겨운 초록빛 보리밭이 소환되어 눈앞을 꽉 채우니 마음도 설렌다. 학창 시절 자주 부르던 보리밭 노래를 흥얼거린다. 사람 사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다는 듯 파릇파릇 돋아난 수선화는 어느새 자라 노란 꽃을 피웠다.

춘삼월을 시작하는 초하루.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일본 잔재어에 대한 내용을 보며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온갖 탄압을 견뎌내며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위해 두 손을 모았다. 우리 민족문화 말살과 탄압을 위해 일본이 저질렀던 수많은 일을 영화 "말모이"와 "동주"등을 통해서도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억압을 엿볼 수 있다. 지구상에 자국의 고유 언어를 가진 나라는 몇이나 될까.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증표일 것이다. 그 영향은 단연코 한류 문화를 이끄는 K 브랜드를 대표하는 K POP, K 드라마, K 웹툰, K 뷰티, K 뮤비 등의 인기가 아닐는지. 이렇다 보니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에 관해 관심을 두고 체험해보는 방송도 여러 채널을 통해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문화를 경험하고 우리말을 배우는 많은 외국인이 우리도 모르고 사용하는 일본 잔재어를 한글로 오인하여 사용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텐데. 정작 우리는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오늘따라 더 숙연해진다.

포털 사이트에 일본 잔재어를 검색해보니 가장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잉꼬부부"였다. "잉꼬"라는 말은 일본어로 앵무과에 속한 새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잉꼬부부는 "원앙 부부"로 순화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제까지 주변에서 원앙 부부라고 표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잉꼬부부라고 말을 했는데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사용하는 일본 잔재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책으로 엮어 보급하고 교육해야 할 필요성도 느껴본다. 힘들게 지켜온 우리말을 잘 보존하고 더 빛나게 가꿔 나가야 할 책무가 있지 않은가.

과학의 발달로 손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이고 통화보다는 문자로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내 경우만 해도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문자를 주고받는 경우가 더 많다. 직장에서도 젊은 층은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듯 문자를 주고받는 톡 문화가 형성되면서 우리말도 단축된 언어를을 사용하는 예가 많다. 영문 표기처럼 사용하는 축약어는 처음 접하는 사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언어이다. 전혀 뜻도 알 수 없는 어려운 외국어 수준이다. 그 말 줄임을 이해하지 못해서 소통이 어려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여 형성된 언어문화. 이대로 가도 되는 걸까. 세대 차이에서 느끼는 언어 소통의 문제. 문장을 길게 작성하기보다는 간결하게 표현해야 하는 이유를 기기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듯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어느새 그 표현에 익숙해져 있다. 카카오톡을 하기 전에는 주고받는 문자에서 대답을 "예, 아니요"라고 했는데 지금은 "ㅇ, ㄴ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둥근 지구 위에 자리한 국가 중 유엔 회원국은 195개국이라 한다. 각국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분포를 나타내는 세계 언어지도를 보면 25여 개로 구분하여 색칠해져 있다. 우리말이 있다는 가치를 무엇과 비교할까.

우리글을 사랑하고 우리말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일은 후대에 물려줄 가장 큰 문화유산이라고 삼월의 첫날에 따스한 바람을 일으키는 봄비가 내 귀에 속삭이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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