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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청주시청 문예운영과 문예운영팀장 ·수필가

지난주 내게는 어릴 때부터 꿈꾸어 왔던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 "북한이탈주민 조기정착을 위한 지원방안"에 대하여 대학생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늘 마음으로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터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마음이 들떴다. 무엇을 얘기해줄까? 많은 고민을 했다. 들려주고픈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말로만 내뱉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반성도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고, 북한에서도 "장마당"세대부터 많은 변화가 오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남한의 24시 편의점과 같은 상점도 들어서고. 1970년대 초 남한의 시골 풍경처럼, 농사를 짓고 달구지에 수확물을 운반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북한에서도 농경지를 천 평정도 배분받아 수확을 하고 세금을 내는 소작농이 생겨난 것이다. "돈"이 있는 자들에 의해 곳곳에서 자유경제의 변화가 진화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의 다름 중에서 무엇보다도 심각하다고 생각한 것은 서로 다르게 표현하는 단어이다. 제주도에 갔을 때, 사투리로 말하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그와 같은 일이 벌어져 언어장벽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이 되고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땅만 하나가 되고 언어도 문화도 모든 면에서 다름으로 서로가 겪어야 할 고충. 지금 남한의 다문화가정에서 느끼고 있는 일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된 지난 11월 9일. 아직도 온전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남과 북이 언제 통일이 될지. 막연하게 하나 된 통일을 꿈꾸지만 말고 나도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언어 소통의 어려움을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이 있다는 것도 이번 자료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관심이 생기니 하나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흥미롭다. 수학의 도형을 표현하는 단어들 중 남한과 북한에서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에 대한 설명이다. 다각형에서 각 꼭짓점에서 이웃하는 두 변이 이루는 안쪽의 각을 남한은 "내각"이라고 표현하는데 북한에서는 "아낙각"이라 표현한단다. 전에는 그냥 흘려보냈을 말인데 새삼 다르게 다가오는 건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리라. 그렇게 작은 일부터 내게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냥 맞이해야 할 게 아니라 준비해야 되는 것이구나. 만약 내가 외국인 며느리를, 외국인 사위를 맞이한다면? 나도 그 나라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 노력하겠지. 언어의 소통은 사소한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며칠 전 아침 일찍 떡집 앞을 지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어릴 적 향수(鄕愁)를 느꼈다. 설날 방앗간에서 환한 얼굴로 흰 가래떡이 나오는 것을 보며 앉아 있던 내 모습이 보였다. 아침식사로 금방 나온 따끈한 가래떡과 콩가루가 듬뿍 묻은 인절미로 그리움을 달랬다. 인절미를 먹다 보니 콩가루가 자꾸 떨어졌다. 콩가루. 재미있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어떤 집단이 그 구성원 사이에 상하의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서로 좋은 관계를 이루지 못하여 결속의 힘을 잃어버린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통일을 위해 준비하지 않으면 내가 겪게 될 상황은 아닐까. 말로는 통일을 외치고 있는 내가. 어릴 적 꿈이 고속버스를 타고 금강산 구경을 하고 싶다던 내가. 그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는다.

서로를 알기 위해, 이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야겠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금강산 구경을 가는 날. 통일이 된 그날. 서로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하여 "콩가루"와 같은 존재가 되면 얼마나 큰 슬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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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